가독성과 작품성이 정비례하는 소설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소설은 드물어.
예를들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솔찍히 가독성은 그리 좋지는 못하지.
작가가 빚에 쫓겨서 소설을 쓰다보니까 제대로 탈고도 못한 상태로 출판을 해서 특히 그렇기도 하고.
가독성과 작품성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소설이 진짜로 위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해.
소설은 아무리 폼을 잡아봤자 <오락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오락물>이면 오락물 답게 가독성은 필수이고, 다 읽었을때 허망한 느낌이 들지 않게,
작품성이 있으면 지적 허영심도 충족되니 1석2조
1. 가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소설,
2. 가독성은 훌륭한데 작품성은 별로인 소설
3. 가독성은 별로인데 작품성은 뛰어난 소설
4. 가독성도 작품성도 별로인 소설
을 내 맘대로 몇권 뽑아 봤어.
재미를 위해서 번역서도 포함시켰으니, 흥분 및 지랄발광 금지.
1.
가독성 = 작품성 모두 훌륭한 소설들 사례
<나를 보내지 마>
초반의 생경함만 극복하면,
클래식한 영미 소설을 읽는 맛이 나기도 하고,
소설의 마지막에 넘어가면, 작품의 주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와.
작품의 작법과 주제가 딱 맞물리는 소설 같애.
작품 자체는 보편적인 설정이 아니라 매우 독특한 세계관이지만
<차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순진무구한(?) 피해자인 화제의 시점에서,
기를 모으고 모으다가 마지막 한방을 터뜨린다고나 할까.
작가는 이 소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막 흐뜨려 놓으면서, 추리 형식을 어느정도 가미했어.
거기에 섬세한 감수성을 좀 끼얹다고나 할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 소설은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쓰여졌고,
부사가 거의 없는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진행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소설에서는 맛보기 힘든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어.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쌍둥이의 이야기인데,
별것 아니라면 별것 아닌 일들이 쭉 나열되지만,
악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은, 인간의 순짐함이 다소 극단적으로 발현된다면
이럴것 같다는 느낌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아마 이 작품의 가독성도 그런 독특한 느낌에서 오는 것 같고.
<안나 까레니나>
워낙 유명하니 설명 생략.
어떤 번역본으로 봐도 원본이 너무 좋아서인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에 비하면 가독성이 훌륭.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양쪽 모두를 번역한 사람들의 번역서를 봐도 톨스토이 소설의 번역본이 가독성이 훌륭함.
2.
가독성 > 작품성
가독성이 매우 훌륭한데, 작품성은 그에 비해 현저히떨어지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는
정유정, 장강명 작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애.
정유정이 특히 더 그런것 같은데,
<28일> 같은 소설을 보면 엄청난 가독성으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지만,
작품 자체에도 억지가 너무 많아.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치명적인 질병이 퍼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데모를 하겠어? 그냥 집안에 안전하게 대피하고 있겠지.
어떤 부분에서 심리묘사가 대단히 좋은데,
치사율이 엄청난 질병이 퍼지는데 사람들이 모인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장면이나,
시각이 아니라 후각에 의존하는 '개'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는 등등
작가가 아직 인간의 심리나 동물의 심리 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애.
<종의 기원>도 제목은 거창한데 비해, 내용은 이제는 흔하디 흔한 싸이코패스 이야기이고.
이 소설에 대해서 작가 본인은 악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싸이코패스가 악이 아니라, 악은 그냥 인간 내면에 내재되어 있잖아.
그게 사회적 혹은 개인이 놓인 특수한 원인 때문에 발현되기도 하고...
그런 보편적인 측면에는 관심이 없고, 싸이코패스의 성장기를 그려놓고
악의 탄생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주제 구현에 실패한 것 같애.
싸이코패스 이야기는 덱스터 같은 미드에서 오히려 더 심도있게 다루기도 하고.
차라리 영화 <원더우먼>에서 '악'을 쫓다가, 인간 자체에 '악'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이야기가
동일한 주제를 더 훌륭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고.
아무튼 정유정 작가는 엄청난 가독성과 문장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은 정말 매우 격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
이 작가가 취재를 몇년동안 하고 작품을 쓴다는데,
취재를 좀 줄이고, 인간 보편성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하면 진짜 굉장한 작품을 나오지 않을까 싶어.
다음은 장강명 작가인데,
이 사람 소설도 가독성은 정말 괜찮은데,
다 읽고나면, 좋은 작품을 만났을때 주는 울림 같은건 별로 없더라고.
이 사람도 취재에는 아마 공을 들인다는 것 같은데,
형식과 문장도 중요하지만,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이나 독자의 세계관을 흔드는 <균열>을 가져다주는 임팩트는 없는 것 같애.
이 사람을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어보니까, 모범생 스타일 같던데,
그냥 모범생이 쓴 모범 답안 같은 소설이라고 할까. (적어도 이제까지 나온 소설은 그랬어)
<표절>같은 소설을 봐도, 소재랑 전개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데,
캐캐묵은 세대론에서 더 벗어나지도 못한것 같고.
가독성이 좋은데 작품성이 별로인 외국 작가를 들자면,
우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네.
<태엽감는새> 즈음까지는 가독성과 작품성이 비교적 비례했다면
그 이후로는 가독성은 괜찮은 수준인데, 작품성은 점점 추락하는 것 같은 느낌.
3.
가독성 < 작품성
앞에서 언급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대부분의 소설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번역했던 러시아문학과 교수는,
번역이 왜 그따위냐는 항의에, 원래 도스토예프스키 문장이 좀 거칠하고 항변한 적이 있음
도스토예프스키의 부인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에 대한 태클에, 빚갚느라고 급하게 쓰고 수정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을 함.
점점 장문이 되어가고 있어서 귀찮아서 생략.
4.
가독성 = 작품성 둘다 별로인 소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김중혁 작가의 <미스터 모노레일>이 생각남.
진짜로 귀찮아져서 다음에 계속.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극강의 재미를 가진 소설을 뽑으면 발터 뫼르스의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고 최악의 소설은 하루키의 소설 1q84임 ...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나는 너무 별로였어 -_-;
1984 어떻게생각하냐
(하루삼십장) 1984는 안 읽어봤지만 작가님의 다른 소설 동물농장은 읽었어. 위트있고 풍자가 좋았어.
그래서 둘중에 하나라도 있는게 다행인거 같아 이렇게 vs에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훌륭한 작품임 서로 장단점이 상호보완되니까 좋기도 하고 난 그래서 어느쪽이든 읽기만 한다면 좋다고 생각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