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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20~150페이지는 읽었었는데 초심을 잃었는지 바쁘게 사는건지

갱부는 무려 3달이나 걸렸다 ㅠ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 사회에 대한 소세키의 문제의식이 주제라면 갱부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들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소세키의 태도가 드러나는 문장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을 때에 아직도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향이 강해서 그나마 문장들만이라도 건지자 해서 마음에 드는, 좋은 문장들이 나오면 페이지를 접어둔다.

그런데 지금 껏 읽은 다른 소세키의 책들보다 갱부의 접혀진 페이지들이 많은 이유는 아마 개똥철학이긴 하지만 스스로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대해 내려온 나만의 정답 아닌 답들이 어느정도 일치하는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특이하게도 소세키의 책들은 다 읽고 난 후엔 잔잔함이 남는데 갱부는 하루키의 책과 비슷하게 공허함이 남는다. 하루키의 해캎에서 갱부가 언급 되는데 해캎에서의 언급 그대로 갱부는 말은 많은데 정작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캐치하기가 어렵다. 아마 이것 때문에 하루키의 책과 비슷한 공허함이 남는 것 아닐까 싶다.


밑으로는 내가 저장해두고 보려고 적는 갱부 좋았던 문장들



(P.22) 어떤 경우가 되면 우리는 죽음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최소한의 위로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다만 목표로 하는 죽음은 반드시 멀리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가까우면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죽음의 운명이다.



(P.24) 사실상 성격 같은 것은 정리된 게 없다. 소설가 따위가 사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설령 썼다고 해도 소설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묘하게도 진짜 인간은 정리하기 어려운 법이다. 신까지도 애먹을 정도로 정리되지 않는 물건인 것이다.



(P.53) 세상의 규칙이라는 거울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면 자신이 거울 앞을 떠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P.62) 병에 잠복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사상이나 감정에도 잠복기가 있다.



(P.68) 스무 살 안쪽의 무분멸함에서 나온 무모한 일이라 그 순서가 뒤섞여 요령부득이라고 평해서는 안된다. 경험한 당시에는 이것저것 뒤섞여서 무턱대고 망동하지만, 그 망동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은 안정된 오늘날의 머리로 비판하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법이다.



(P.88) 대하는 방식이 같다는 것을 확대해가면 결국 그런 대접을 받는 사람이 똑같아서라는 묘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P.90) 아무래도 사람의 생각만큼 들락날락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있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으면 이미 없다. 없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아니, 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그 정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P.146~147) 세상에는 정리될 듯하면서 정리되지 않는, 이를테면 됨됨이가 좋지 못한 소설 같은 일이 꽤 많다. (중략) 모든 운명이 각색한 자연스러운 사실은 인간의 구상으로 만들어낸 소설보다 더 불규칙적이다. 그러므로 신비하다.



(P.150) 힘들고 괴롭고 분하고 불안한 눈물은 경험으로 지울 수 있다. 고마움에 흘리는 눈물은 흘리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락한 자신이 여전히 예전의 자신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인식되었을 때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임에 틀림없다.



(P.157) 인간의 본바탕이 그러하니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갱의 본바탕이 팥이니 양갱 대신 팥을 날것으로 씹어도 된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같은 일이다.



(P.160) 독자는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심정을 진지하게 쓰고 있으므로 남이 보고 웃으면 웃을수록 그때의 자신이 가엾어진다.



(P.170) 세상에는 경멸하면서도 무서워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 모순은 아니다.



(P.214) 조그만 달 같은 속세의 창은 가차 없이 탁 닫혔고, ...



(P.224~225) 우연한 일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마음에 들어야겠따는 생각에서 하는 일은 대체로 소용없는 것 같다. (중략) 다만 곤란한 것은 연설과 글이다. 그것은 애써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또 아무리 애를 써도 실패한다. 결국은 같은 일이지만, 애를 쓴 실패는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



(P.235) 낙뢰를 흙 속에 묻어 자유로운 울림을 속박한 것처럼 주저하고 초조해하고 음울해하고 막히고 바위에 부딪히고 싸이고 심하게 부딪히고 뒤집히고 출구를 잃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더 가면 후반부 스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중간중간 넘긴 텀이 있는데 그것도 혹시 스포가 될까 싶어 뺐다. 내용적인 부분 말고도 소세키식 배경묘사도 여럿 더 있는게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아 뺐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갤럼들 혹시 서점에 가게 된다면 최대한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P. 76 , 122~124 정도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