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탓이 아니다 >
-황규관
가난한 애비가 자식을 아파트 아래로 던지는 걸 보고
열살 먹은 아이는, 자기도 크면 그럴지 몰라
너무 무섭다고 말한다
친구들 영어학원 수학학원으로 달려가고
아무도 없는 단칸방이 싫어 몇몇은 학교 야산에 모였다
해 저물어 으스스해진 몸을 끌고 집으로 갈 때
골목 귀퉁이 외등 하나는 빛나겠지
그걸 희망에 빗대는 세상의 모든 비유에 돌을 던지자
결국 밥 한 그릇이 아이들의 영혼이란 걸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는 얘기다
미지근한 물에 튼 손과 얼굴을 씻고
침침한 형광등 아래 누울 때까지 엄마아빠는 오지 않는다
어린 가슴속으로 먹먹한 어둠이 밀려오는데
울음도 찾아와주지 않는다
먼 훗날
장성한 아이들이 제 집에 불을 지르고
핏덩이를 저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떠밀 때
그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패륜도 자해도
다 아이들 탓이 아니다
< 패배는 나의 힘 >이란 시집에 수록된 시 한 편이다.
와타시, 예전에 살던 곳이 가난하거나 험악한 분위기의 가정들이 많은 그런 동네였다.
그 시절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절대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들을 망가뜨린 건 상당수의 원인이 어른들 탓이라고 본다.
소위 말하는 흙수저 집안이라는 게, 단순히 돈이 없고 가난해서 문제가 아니다.
정신이 흙수저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본다.
패륜도, 자해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질적인 가난은 정신과 영혼마저 빈곤으로 몰아세운다.
과연 그 안에서 타락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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