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방금 집에왔는데 누나 통해서 비보를 듣고 당혹감을 숨길수가 없어서
처음 선생님의 글을 알게 됐을 때가 시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2년전의 일이었음
이미 십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 당시 문단에는 소위 미래파 논쟁이라는 갑자기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젊은 시인들의 난해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논쟁이 대두가 됐었음 그때 대다수의 보수적 평론가들은 이런 난해시에 대해 엽기적이다 폐쇄적이다 소통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대했고 독자들에게도 역시 외면받았음 그런데 황현산 평론가가 창비 계간지에 황병승을 비롯한 미래파 시인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완전소중 시코쿠'라는 글을 쓰고나서부터 난해시들에대한 긍적적인 논의가 지속되고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음 황현산이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십수년이 지난 지금 내가 황병승, 김경주, 김민정, 김이듬 등의 좋은 시인들의 좋은 시를 읽게될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음
번역에 대해서도 말을 안할수가 없는게 평론보다는 불문학 연구, 번역을 주로 하셨던 분이라서
개인적으로 블문학쪽에 선호하는 번역가로는 김현 오생근 김화영 황현산 함유선 등이 있지만 시 번역에 관해서는 황현산의 번역을 가장 좋아했음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시인들을 좋은 번역으로 독자에게 소개시켜주었고 그가 번역한 보들레르 말라르메 아폴리네르의 번역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느꼈음
몇년전 어떤 인터뷰에서 발자크 전집 발레리 전집 그리고 랭보 번역을 하고있는 중이라 했는데 지금까지 출판된건 하나도 없음 아직 번역이 안된 널리 읽혀야할 글들이 너무 많고 황현산만이 할수 있는 번역이 그만큼 많은데 이렇게 떠나가셨다니 한편으로는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본업인 문학연구, 평론, 번역이 아닌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됐음 이 책을 읽고 참 이사람은 요즘 말하는 꼰대랑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음 낡고 고집있는 생각을 두려워 하며 항상 새롭지만 엄청난 깊이가 있는 글을 읽고 평소엔 잘 안하는 말인 훌륭하다 존경스럽다 라는 단어가 절로 나왔음
한달전에 '사소한부탁' 이라는 산문집과 로트레아몽의 번역서를 같이 출간하셨길래 정리의 의미인가 하는 불길한 생각을 잠깐 하다 말았는데 오늘 비보를 듣고 더욱 당혹스러웠음 참 존경했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분인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너무슬프고 고작 내가 할수 있는게 서재에 있는 선생님 책 몇권 꺼내서 만지작거리는거 뿐이라는게 더 슬프고
술먹고 써서 두서도 없고 어떻게 마무리 하야될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선생님 문장 몇줄 적고 줄일게
사람들의 삶이 실패하기에 시 쓰기는 실패하고, 시 쓰기가 실패하기에 사람들은 세상에서 실패한다. 실패의 시 쓰기는 실패한다. 실패는 실패의 시가 단 한 번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인간들의 실패는 완벽하고 전면적이다. 당신이 바라보는 실패는 당신의 실패이며, 실퍄를 모면한 당신은 실패 속으로 피신한 당신이다. 오늘 배고프지 않은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과 당신의 자식들과 당신을 잡아먹은 당신이며, 오늘 왕이 된 당신은 당신의 애비를 죽이고 당신의 어미와 잠자리를 같이한 당신이다. 당신이 성공이라 부르는 것은 실패로 가린 실패일 뿐이다.
황병승 시집 '육체쇼와전집'에 실린 황현산의 해설 '실패의 성자'중
나의 편향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순결한 언어들을 좋아했다.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모둔 결단의 말들과 함께 오랫동안 신중하게 주저하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비명과 탄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배어나오는 말들이나 그것들을 힘주어 누르고 있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말이 거칠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한 정신이 비범한 평정상태에 이르러 그 지경을 모방하여 얻어낸 유려한 말들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지만 그보다는 그 상태를 증명해주는 다급한 말들의 진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장난치는 말들, 판을 깨는 말들도 좋아했다. 하던 일을 진중하게 계속하는 사람은 늘 찬양을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기약 없는 땅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땀내가 나는 말들을 가장 좋아했다. 그 말들은 어김없이 순결하다.
평론집 '말과 시간의 깊이' 책머리에
처음 선생님의 글을 알게 됐을 때가 시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2년전의 일이었음
이미 십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 당시 문단에는 소위 미래파 논쟁이라는 갑자기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젊은 시인들의 난해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논쟁이 대두가 됐었음 그때 대다수의 보수적 평론가들은 이런 난해시에 대해 엽기적이다 폐쇄적이다 소통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대했고 독자들에게도 역시 외면받았음 그런데 황현산 평론가가 창비 계간지에 황병승을 비롯한 미래파 시인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완전소중 시코쿠'라는 글을 쓰고나서부터 난해시들에대한 긍적적인 논의가 지속되고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음 황현산이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십수년이 지난 지금 내가 황병승, 김경주, 김민정, 김이듬 등의 좋은 시인들의 좋은 시를 읽게될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음
번역에 대해서도 말을 안할수가 없는게 평론보다는 불문학 연구, 번역을 주로 하셨던 분이라서
개인적으로 블문학쪽에 선호하는 번역가로는 김현 오생근 김화영 황현산 함유선 등이 있지만 시 번역에 관해서는 황현산의 번역을 가장 좋아했음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시인들을 좋은 번역으로 독자에게 소개시켜주었고 그가 번역한 보들레르 말라르메 아폴리네르의 번역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느꼈음
몇년전 어떤 인터뷰에서 발자크 전집 발레리 전집 그리고 랭보 번역을 하고있는 중이라 했는데 지금까지 출판된건 하나도 없음 아직 번역이 안된 널리 읽혀야할 글들이 너무 많고 황현산만이 할수 있는 번역이 그만큼 많은데 이렇게 떠나가셨다니 한편으로는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본업인 문학연구, 평론, 번역이 아닌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됐음 이 책을 읽고 참 이사람은 요즘 말하는 꼰대랑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음 낡고 고집있는 생각을 두려워 하며 항상 새롭지만 엄청난 깊이가 있는 글을 읽고 평소엔 잘 안하는 말인 훌륭하다 존경스럽다 라는 단어가 절로 나왔음
한달전에 '사소한부탁' 이라는 산문집과 로트레아몽의 번역서를 같이 출간하셨길래 정리의 의미인가 하는 불길한 생각을 잠깐 하다 말았는데 오늘 비보를 듣고 더욱 당혹스러웠음 참 존경했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분인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너무슬프고 고작 내가 할수 있는게 서재에 있는 선생님 책 몇권 꺼내서 만지작거리는거 뿐이라는게 더 슬프고
술먹고 써서 두서도 없고 어떻게 마무리 하야될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선생님 문장 몇줄 적고 줄일게
사람들의 삶이 실패하기에 시 쓰기는 실패하고, 시 쓰기가 실패하기에 사람들은 세상에서 실패한다. 실패의 시 쓰기는 실패한다. 실패는 실패의 시가 단 한 번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인간들의 실패는 완벽하고 전면적이다. 당신이 바라보는 실패는 당신의 실패이며, 실퍄를 모면한 당신은 실패 속으로 피신한 당신이다. 오늘 배고프지 않은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과 당신의 자식들과 당신을 잡아먹은 당신이며, 오늘 왕이 된 당신은 당신의 애비를 죽이고 당신의 어미와 잠자리를 같이한 당신이다. 당신이 성공이라 부르는 것은 실패로 가린 실패일 뿐이다.
황병승 시집 '육체쇼와전집'에 실린 황현산의 해설 '실패의 성자'중
나의 편향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순결한 언어들을 좋아했다.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모둔 결단의 말들과 함께 오랫동안 신중하게 주저하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비명과 탄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배어나오는 말들이나 그것들을 힘주어 누르고 있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말이 거칠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한 정신이 비범한 평정상태에 이르러 그 지경을 모방하여 얻어낸 유려한 말들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지만 그보다는 그 상태를 증명해주는 다급한 말들의 진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장난치는 말들, 판을 깨는 말들도 좋아했다. 하던 일을 진중하게 계속하는 사람은 늘 찬양을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기약 없는 땅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땀내가 나는 말들을 가장 좋아했다. 그 말들은 어김없이 순결하다.
평론집 '말과 시간의 깊이'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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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다 술먹고도 조리있게 오타도 많이 안났다. 잘자라
황병승 저 해설이 황현산 선생님이 쓴건지 몰랐네.
김이듬 시인 어때? 우리동네에 김이듬 시인이 카페 내서 가면 계시던데. 시는 읽어본적이ㅠ없네.
니글 잘 읽었다 황현산 시인이 누군지 몰랐는데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 dc App
밤이 선생이다 잘 읽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