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이> - 김광규

 

 

여의도 지하철 공사장 지나가다가

길이 막혀 철판 위에 서 있으려니

좌회전 우회로를 가리키는 늙은 인부 한 사람

거무튀튀한 얼굴과 귀에 익은 쉰 목소리

안전모 쓰고 노란 깃발 흔드는 모습

돌아보니 틀림없는 석근이

국민학교 시절 닭쌈 잘하던 놈

돌처럼 무겁게 시골에 뿌리박고

농사꾼으로 한평생 살아온 친구

지난 가을 시제 때 말했었지

쌀농사 공들여 지어봤자

한 가마에 십이만오천 원

한 섬지기라야 별것 아니여

겨우 먹고 살 수는 있다 해도

아이들 가르치기는 힘들어......

고향의 담북장과 동치미 맛

쉰 살이 넘도록 지켜왔는데

넓은 멧갓과 적잖은 논밭 놀려둔 채

일당 오만 원의 일용 잡부가 되어

마침내 서울로 올라온 석근이

안전모와 작업복이 어색한 농부

 

 

 




시집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에서 발췌한 시로 기억한다.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으나


시골엔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시골은 일자리도 변변찮고 무엇보다 지역 경제가 사실상 파탄 난 곳들이 많다.


그래서 그나마 있다는 일자리들조차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어쩌면 시골에 살아야 가장 잘 어울릴 사람들이


힘겨운 도시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극일지도 모른다.


와타시, 시골이 고향인지라 시골을 떠나 고시원 생활을 하며 절실히 느꼈다.


그러니 도시 사람들은 너희는 지방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생존을 걸고 올라오는 것이다.


어색해 보이고 부끄러워 보여도


오직 살기 위해 하루 밥벌이를 위해 도시로 투신하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