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돼'라고 안 쓰고 굳이 '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쓰는 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유
[일반] 책에서 쓰이는 표현중에
익명(223.62)
2018-08-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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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공식 답변이니까 참조하셈.
나는 이중부정으로 표시하는거 어설픈 외국어 번역체라고 생각하는데 국립국어원은 안 그런가봐
일본어는 문어체 구어체 둘 다 거의 후자만 쓰임
구어체에서도 이중부정이 더 강한표현으로 쓰이지 않냐
논리적으로 같은 문장이 항상 언어적으로 같은 의미나 기능을 지니는건 아니지. 총각은 총각이다란 말은 논리적으로 보면 그냥 동어반복이지만 사회적 언어로 말해질땐 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게 됨.
예를들어 있다와 없지 않다는 논리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니지만 일상언어에선 다른 느낌을 갖는 말로 받아들여짐. 왜냐면 있음의 반대는 항상 없음이고 그것이 깨끗하고 분명하게 나뉘어지는 논리의 세계에서와 달리, 현실에선 있음의 나머지가 항상 없음이라고 장담할수 없기때문임. 논리적으론 똑같은 문장임에도 '있다' 라는 표현은 존재 자체를 주장함으로써 있음을
강하게 나타내는 반면, '없지 않다' 는 부재를 부정하므로써 소극적으로 존재를 주장하는 식임. 이것은 대상이 단순히 있다, 없다로만 나뉘어지는 논리적 존재함과 달리, 현실에서 인간이 받아들이는 존재함은 더 다양한 느낌들을 포함하기때문에 나타나는 용법임.
가령 '21세기에 여성혐오는 있다' 라는 말과 '21세기에 여성혐오는 없지않다' 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갖지만 느낌은 크게 다름. 전자의 경우는 그것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기때문에 그것을 입증해야하는 책임 또한 크게 져야 하는것으로 느껴짐. 후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그래서 입증책임도 조금 덜 한것으로 느껴질수 있어.
또한 현실세계에선 단순히 존재하냐 안하냐가 가장 중요한것이 아님. 얼마나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한것이지. 여성혐오가 존재하는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건 여성혐오가 어떻게 얼마나 존재하느냐는것임. 있다와 없지않다라는 표현은 이런 양적인, 양태적인, 질적인 존재에 대해서도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것임. 일반적으로 있다라는 표현이 없지않다라는 표현보다 더 많은
양의 존재를 의미하는것으로 받아들여짐. 이런식으로 언어는 다양한 숨겨진 의미를 포함하는 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논리적으로 같은것이라고 같은 의미라고 이해해서는 안됨. 이세상에 진정한 동의어는 없다고 봐도 좋음. 사과와 애플은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실제로 말할때 두 단어는 다른 효과를 지님.
뭔가 더 절박한 느낌을 주잖아
번역어툽니다. 지양해야지요
난 번역어투가 지양해야 할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번역어투는 다른 언어의 서술 방식과 습관을 기존 언어에 적용하는, 일종의 기술 수용인것임. 서양철학이 불교철학에서 힌트를 얻고, 의학 박사가 광고 전문가의 작업 방식에서 방법을 빌리듯.
뭔 말도 안되는 번역어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런 표현은 지구상의 모든 언어권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전 인류 보면의 정서가 나타난 구문일 뿐임
'하지 않으면 안 돼'가 안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자주 쓰이는 데는 일본어 번역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일본어에서는 '-해야 한다'는 표현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쓰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를 굉장히 일상적으로 씀. 예를 들어 어느 라노벨에 '지금 집에 가지 않으면!'이라고 번역된 게 있다면 그건 의미상 '지금 집에 가야돼!'로 번역하는 게 우리한테는 훨씬 익숙함. 한국어에서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 '
'해야 한다'보다 더 강한 느낌이지만 일본어로는 반대의 감각임. 그래서 직역하면 병신같이 보이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번역가라면 일본어의 '-하지 않으면..!' 정도는 '-해야..!'로 번역하는 게 상식이다. 물론 일본어 번역은 개병신새끼들이 개나소나 도전하기 때문에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게 사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