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의 미국 사회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고 영상물만을 탐닉하게 만든다. 화씨 451도의 불꽃으로 책을 불태우고, 100만권 단위의 금서목록을 만든다. 어리석은 짓이고, 비효율적인 짓이다. 굳이 책을 불태우거나 금서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현대의 사람들은 영상물만을 신봉하며 책을 읽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화씨 451도의 온실에 빠져있다.

독서 갤러리의 몇몇 이용자 중에는 베스트셀러를 가득 채운 '가벼운 수필'에 증오마저 보내는 사람이 몇 보인다. 그런 책은 '안 나와도 괜찮은 책'이며,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채우는 사이 정말 괜찮은 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힌다는 것이다. 부당한 말이다. 책은 화폐가 아니라 상품이고, 악서는 양서를 몰아내지 못한다. 그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책이 생산되고 팔릴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인 문단권력이나 정치논리가 아니라 괜찮은 번역서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은 심각한 원서 절대주의에 빠져있다. 정작 세계사 속 여러 혁명은 대대적인 '번역 운동'과 함께 일어났음에도. 세네카와 모세, 에우리피데스와 호레이스, 헤로도토스와 플루타르코스는 영어를 모른다. 어떠한 언어를 '원어'의 지위로 올려준 것은, 뛰어난 작가가 아니라 충분한 번역서였다.

앞선 세 문단은 서로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맥락없는 얘기를 그럴듯하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전부 필요한 이야기다. 나는 한국 문학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그 변화는 몇명의 훌륭한 작가가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독서 공동체, 작가 공동체, 번역 공동체다. 사람은 책을 바꾸지 못한다. 책을 바꾸는 건 공동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공동체는 단순한 사람의 합 그 이상이다.

그리고, 현재 그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독서 공동체가 바로, 디시인사이드 독서 갤러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독서에 대한 토론과 정보 공유가 일어나는 커뮤니티. 자신의 전문 '독서 분야'에 충분한 교양과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나는 감히 독서 갤러리에 요청한다. 세상을 바꿔달라고. 오직 당신들만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나는 독서 갤러리에서 세 가지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다. 독서 캠페인, 저작 캠페인, 번역 캠페인이다.

독서 캠페인은 며칠 전 있었던 '독후감 대회'같은 것이다. 각자 인상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한다. 그것만으로도 독서 공동체는 훌륭하게 기능하며, 순위 밑바닥에 묻혀버린 '괜찮은 책'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저작 캠페인은 '월간 독갤'에서 이미 가능성을 보였다. 모든 독자는 작가가 될 수 있다. 꼭 자비 출판을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충분한 양의 글을 쓰는 것이다. 책을 실제로 출판하지는 못하더라도, 출판사에 원고 정도는 보낼 수 있는 분량의 글을.

번역 캠페인은 '원어로 글을 읽는다'라는 개인적 경험을 '번역'이라는 형태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건 앞선 이야기들에 비해 조금 더 노력과 역량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작가가 되라는 이야기다. 글을 쓰라는 이야기다. 서평 작가, 문학 작가, 수필 작가, 번역 작가.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다. '글을 쓰는 독자'라고 말해도 좋겠다. 모든 독자는 작가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

그러니, 다시 한 번 독서 갤러리에 요청한다. 세상을 바꿔주세요. 우리의 만족스러운 독서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