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 김광규

 

바른 말을 뒤틀고

단단한 약속을 깨뜨려버렸다

오래된 믿음을 뒤엎고

커다란 기대에 환멸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무엇을 얻었는가

 

한 해가 가버리는 동안

모두가 서로 잃어버렸을 뿐

얻은 것은 피차간에

아무것도 없다

 

 




<좀팽이처럼>이라는 시집에서 발췌한 시다.


여러모로 우울한 시다.


일 년 동안 잃기만 했다.


얻은 게 없다.


그게 삶이라고 포장하기엔 너무나 허무하다.


랄까... 덕질을 하며 현생과 멀어지고 막상 얻는 게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 빠져 지내면서도... 과연 얻는 게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는 무엇을 얻을 거란 희망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잃어야 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