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것은
이것이 어려운 일인 줄은 알면서도
나는 아득이노라, 지금 내 몸이
돌아서서 한 걸음만 내어놓으면!
그 위엔 모든 것이 꿈 되고 말련마는
그도 보면 엎뜨리친 물은 흘러버리고
산에서 시작한 바람은 벌에 붙더라.
타다 남은 촉불의 지는 불꽃을
오히려 뜨거운 입김으로 불어가면서
비추어 볼 일이야 있으랴, 오오 있으랴
차마 그대의 두려움에 떨리는 가슴의 속을,
때에 자리 잡고 있는 낯모를 그 한 사람이
나더러 '그만하고 갑시다'하며, 말을 하더라.
붉게 익은 대추의 시로 가득한 그대의 눈은
나를 가르쳐주었어라, 열스무 번 가르쳐주었어라.
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무엇이랴 오오 그 무엇이랴!
모든 일은 할 대로 하여보아도
얼마만 한 데서 말 것이리라.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 그려.
김소월 시인 작품을 원본, 이본, 현대로 모두 수록한 책입니다. 시는 잘 모르지만 인상깊은 두 개의 작품 남겨봅니다.
김소월이 진짜 갓오브갓 같음. 쉬운 시어로 이렇게 사람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니 참. 요절하지 않고 원숙한 작품을 남겼다면 어느 정도 경지일까 늘 궁금함
사실 독붕이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 책좀 놓고 그만 자자, 그만 읽자! 뭐 이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