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말을 녹인다

 


 

잎사귀 무성한 나무에서

 

새는, 아무 형체도 없이 울음만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게 사실은 나무의 살과 새의 살이

 

녹아 흐르는 소리라는 것,

 

 

 

 

말이 녹으면 노래가 되고

 

살이 살과 섞이면 형언할 수 없는 리듬이

 

허공에 가득 찬다

 

 

 

 

그러므로 이 가냘픈 몸 안에

 

흐르고자 하는 욕망이 번득이는 것,

 

 

 

 

나는 이승의 어떤 탐닉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살이 얼었던 마음을 녹인다

 

살이 굳어버린 영혼을 살린다

 

강물 같은 살이

 

달빛 같은 살이

 

 

 

 

 

    

패배는 나의 힘 > - 황규관 (창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