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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더 선호할지 몰라서 짤과 글 두 방식으로 올려봤다

꼴리는대로 읽어주면 고맙겠다 이기


조상의 눈 아래에서
이 글에서는 스위스 출생의 할매인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저작 <조상의 눈 아래에서> 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분은 조선인들이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본질을 탐구한 인간이다. 9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인 만큼 웬만한 사학과 학부생들은 읽지도 않겠다 싶어 한 번쯤 게이들한테 떠벌려 놓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걍 역스퍼거급 혼모노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우선 신라와 고려 출계집단의(저자 게이는 엘리트 가문들을 각각 출계집단이라고 명명하고 있음) 구성과 변화를 짧게 규정한다. 그리고 조선 씹선비들의 탄생과 출계집단의 공고화 과정을 대다수의 분량을 할애하여 깊게 살피면서 현대 한국 사회를 아직도 부여잡고 있는 학연 혈연 지연 흡연의 근원을 따져보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으니 호국 보훈의날을 맞아서 한국인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책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봐야 유익하겠지만 그렇게 길게 쓰면 누구도 읽지 않을 거라서 걍 책을 토대로 한반도 인간들의 친족의 속성이 변하고 유지된다는 두 가지 정도만 짚고 끝낼까 한다. 첫째는 양계친에서 부계친으로의 전환이다. 신라시대의 기록들에는 ‘족’이나 ‘씨족’ 같은 부계친이 전통인 중국에서 유래한 단어들의 사용이 보이지만 한반도 내에서의 실상은 정 반대였다. 애비 쪽 친척들의 영향이 강하다기 보다는 애미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부모 양계에서 영향을 받아 후손의 삶이 결정지어 졌다. 이것은 신라, 고려, 조선 초기까지도 이어지는 조선반도의 전통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풍습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 송시열과 같은 골수 꼰대 주자학자들이 등장한 때부터다. 조선 초의 유학자들을 보면 남편집에 여자가 오기도 하였지만 결혼 후에 남자가 여자쪽 집에 데릴사위로 사는 경우가 많았고 따로 분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 왔다. 그래서 여성들의 지위도 상대적으로 높아 사람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꼰대 주자학자들이 부계친의 전통 중국의 풍습을 따라야만 문명인이라고 지랄하면서 조선 사회는 크게 변동하기 시작한다. 족보에 원래는 기지배들 이름도 들어갔었는데 점점 여성의 이름은 제외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경제권 또한 박탈당하기 시작한다. 종래에는 여자들의 친정에 귀속되어 있는 여자 몫의 경제적 지분으로 인해 남자쪽 집안에서 발언권이 상당히 강했던 반면에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친정에서의 상속권도 박탈당하고 아예 남자집안 부속품 취급을 받게 된다. 그래서 몇 백 년이 지나고 구한말이 되어 서양인들이 조선땅에 왔을 때 인간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존나 이상한 진술이 있는데 여자들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순 우리말로서 별명 비스무리한 별칭만 존재할 뿐 한자로 구성된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이름은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예전 양계친의 풍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해서 애미쪽 집안의 지위 또한 자식놈의 출세를 좌우했다고는 하드라.

위와 같은 부계친 중심의 질서를 종법제도라고 한다. 이것은 천자부터 내려오는 철저한 위계질서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엘리트들은 이 종법제도를 이용해서 임란으로 파괴된 향촌질서를 꽉 쥐어잡게 된다. 사실상 현재 우리가 직접 겪고 있는 농촌의 문화라던가 제사 풍습, 사람들과의 관계 모든 것이 주자학자들의 이 부계친 시스템의 도입이나 종법제도의 보급에서 파생된 잔여물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둘째로는 친족 세력의 유지에 대해 서술하겠다. 앞서 얘기한 거에서 이어지는 주제인데 그 범주가 더 큰 논의이다. 6세기 쯤에 신라가 중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중국식 성씨도 들여왔는데 왕이 경주의 귀족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던 모양이다. 나중에 신라가 좆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각자 지방으로 내려가 해당 지역의 이름을 성씨에 덧붙여 내세우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토성이라 기록된 성, 본관이라 기록된 지역 이름의 형성 과정이다. 이런 지방의 호족들은 고려의 건국기에 큰 역할을 해서 공신으로 책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공신이 고려 출계집단의 토대가 된다.
흔히들 고려의 귀족을 문벌귀족, 권문세족이라 칭한다. 그리고 조선의 씹선비들은 주로 전기의 훈구파 나중에 다 해쳐먹은 사림파 등으로 나눈다. 근데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 구성 출계집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일부 가문의 흥망성쇠와 새로운 출계집단의 등장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존 집단에의 편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이어오던 이들 지배 세력들은 시류에 맞춰서 그들의 정치적인 성격을 바꿔가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위에서 살핀 양계친에서 부계친으로 바뀐 것도 사실은 엘리트 집단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출계집단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이때 굳이 엘리트들에 한정한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기록이 주로 그새끼들 꺼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 조선 후기 중인이 쓴 하재일기 같은 걸 본다면 돈이 좀 많아졌다고 양반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산업화 시대에 다들 돈을 좀 벌자 마자 상다리 휘어지도록 제사상 차리던거 보면 위의 문화가 결국은 밑으로 퍼지니깐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자.

어찌됐건 조선인들의 오랜 전통적 사고방식은 조선 후기에 잠깐 변한 부계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계친 내지는 모계친에 있다. 난 아바지쪽 집안 사람들보다 오마니쪽 집안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거든? 이게 오랜 전통에 기반한 느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출계집단의 영속성과 관련해서는 지배하는 금수저들의 바퀴벌레같은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근데 625때 전부다 같이 개박살 나고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ㅋㅋㅋ

이 독후감을 통해서 게이들도 우리가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사고방식이 종법제도 하의 유교탈레반적인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례로 식당가서 이모~ 하는 것, 생판 남보고 아조씨 하는 것 등등 우리는 주자학적 사고방식에 깊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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