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소설 초반부 에스터라는 인물이 성형외과 쇤 메이커에게 코 수술을 받고 난 뒤


둘이 눈 맞아서 나중에, 에스터가 임신함. 근데 쇤 메이커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결국 전남친 슬랩에게 찾아가서 상담하거든


그러다가 태아에 생명 관련해서 논쟁도 하고 그러면서 언급되는 게


태아가 그냥 단백질 덩어리 따위라고 하니까, 나치가 비누 만든 거랑 뭐가 다르냐고 논박하더라


결국에 쇤 메이커는 낙태 비용을 지원하지 않을 거고 주위 지인들은 돈이 없었음.


그래가지고 그날 열리던 병든 수병들(Whole Sick Crew) 파티가 열리는데.


이제 여기서 그 일원인 멜빈이 수병들애개 에스터의 사정을 구구절절 말하면서


파티에 모인 수병들에게 쿠바로 가서 낙태하는 비용 모금을 받음.


그러다가 레이첼이 이 소식 듣고 에스터가 가는 걸 막으려 듦,


이전에 레이첼이 코수술 받도록 비용도 대신 치뤄주고 에스터를 많이 챙겨주는데,


낙태를 하러 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자 주인공 베니 프로페인한테 도움을 요청함.


그런데 정작 베니는 시큰둥하면서 왜 막으러 가야하냐며 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두라니까,


그때 레이첼이 하는 말이 이럼.


"저는 그것이 살인인지 아닌지는 몰라요." (....) "관심도 없어요. 살인에 가깝다면 얼마나 가깝겠어요? 제가 그걸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낙태 수술 받는 사람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는 거예요. 수술을 받아본 적이 있는 여자가 있으면 한 번 물어 봐요."


"에스터가 허약하기 때문에, 에스터가 희생자이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마취에서 깨어나면 남자를 미워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모두 거짓말장이라고 믿을 거예요. 그리고 남자가 걱정해 주든 않든 간에 그녀가 남자에게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뜯어 내려고 할 거예요. 그녀는 어떤 인간이든, 인근의 불량배든, 대학생이든, 사이비 예술가든, 바보스럽고 범죄적인 어떤 인간이든 그들을 유혹할 수 있는 곳이면 다 갈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가 그것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죠."



핀천의 <V.>는 쉽사리 주제를 설명하기 힘들지만, 거듭해서 거론되는 요소들을 그나마 말해보자면,


그건 사람의 사물화되는 현상을 지적함. 이 소설의 출판 배경이 1963년인데, 그 당시 종전된 지 20년 조금 안 되는 시점이었음.


그래서 그간 제국의 과오와 더불어 그 당시 비트세대라 일컫는 저 진보 진영도 동시에 비판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람의 사물화임.


핀천은 독일 제국의 헤레로 족 학살 사건 등과 함께, 현 세태의 무방비하고도 방탕한 생활들을 문제로 지적함.


이 둘의 공통점은 사람의 사물화하는 행태인데, 말이 어렵지만 쉽게 풀이하면 사람 몸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는 거임.


여러 제국들이 과거에 저지른 행태(홀로코스트, 헤레로 족 학살, 수에즈 운하 등등)나 작금의 행태(자신의 몸을 수술, 책임 없는 쾌락),


결국 타인의 몸이든 자신의 몸이든, 사람의 몸 자체를 소모품 취급하는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 모두 한데 비판하는 거.


그래가지고 핀천이 사이버펑크와도 연루되는 이유가, 본인 몸이 서서히 기계화되는 V.의 존재를 통해서,


기계화된 몸이 서서히 인간성 말살까지 나아가는 현상을 경고하는 소설이기도 함.


사람의 몸을 이제 기계로 보거나 다룬다는 것은, 사람 몸을 더 이상 소중히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 뜻은 마트나 편의점 같은 데서 쉽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임.


결국에 사람 몸을 단순 성적인 취향 충족으로 보는 페티쉬나 도구로밖에 안 보게 됨.

(특히나 페티쉬 관련 내용도 되게 중요하게 다룸,)


소설이 <V.>가 나온 지 거의 6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현재에도 성립되는 문제들이 즐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