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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이 소설이 왜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의 해제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적으로 동감하며, 사실,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는 게 범죄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을 대신해서 여태까지 판타지/SF 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수많은 책들 중 과연 이 책보다 그렇게까지 좋은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그리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월요일>은 그만큼 어처구니 없이 재밌고도 골 때리는 소설이다. 더군다나 현대의 판타지 독자라면 더더욱 환장할 만한.
SCP 재단이라는 소재를 일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온갖 특이한 현상을 일으키는 물건이나 괴물들 따위를 따로 수용해서 처리하는 학자들로 구성된 재단이라는 이 소재의 기원을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이 그 계보에 당당히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4chan의 이용자 중 러시아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인기 많던 책을 읽고 영향 받았던 이들이 이런 설정을 떠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런 설정 비스무리한 것은 이미 많지 않은가,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자 하는 질문: 1964년에도?
어쨌든, 이 소설은 판타지치고도 꽤나 가벼우며, 작가가 대놓고 풍자 소설임을 과시하고 있는 만큼 코믹한데, 동시에 세월의 간극을 단숨에 넘어서 2022년의 독자인 내게 곧바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몇 번이고 값을 치뤄도 계속 호주머니로 돌아오는 동전을 발견하고 이로 여러 차례 다양한 '실험'을 해보다가 의도치 않게 사기를 친 셈이 되고, 경찰에게 붙들린 후에 이에 대해 항변하자 이미 '이런 현상들'에는 익숙하다는 듯 대처하는 것을 보고 흥분하지 않기란 힘들다. 게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다가, 가장 사소하다고 생각한 구석에서 갑작스럽게 문제가 터질 때의 골계스러움이란. ("소파가 사라졌다." 왜 하필 소파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월요일> 역시 싫어할 수가 없다. 아니,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다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시대에 튀어나왔는데도 이렇게나 비슷한 정신을 보여줘서 어이가 없다. <월요일>의 두 번째 에피소드의 말미에서 '미리' 감사받은 캐릭터가 영문도 모른 채 갈등을 해결하고 그 감사를 나중에야 떠올리며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나, 상술했던 소파 개그 등은 다른 소설에서는 영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 감칠맛 나는 유머로 가득하다. 물론, 유머를 설명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것들은 수용자의 반응으로 전달하는 게 제일 낫다.
반면 전부 읽고 나니 아이러니했던 것은 정작 저자가 이 소설 속에서 풍자를 위해 만들어냈을 요소들, 서술 방식이나 괴상한 연구실의 풍조 등이 오히려 지금에 있어서는 일종의 장르적 매력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관'하는 말로 칭하는 영문 모를 비밀스러운 기구의 불필요할 정도로 잡다한 규제나 어색할 정도로 딱딱한 용어들로 가득한 서술들, 그리고 환상적인 현상들에 대해 실험 등의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까지 전부, 이제는 어떤 의미로는 '진부'할 정도로 당연히 매력적인 것들이다. 일이 늘 창작자의 생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좋은 예시 중 하날까?
P. S. 마지막 에피소드의 핵심은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다소 연상시키는데, 저자가 이 단편을 읽어보았는지가 궁금하다. 비슷한 시대 사람인 웰스의 소설을 한 번 언급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읽었을지도.
P. S. S. 역자 후기가...... 참...... 마치 <은하수>를 다 읽고 난 뒤 작중의 풍자시들에 대한 운율 분석 및 심상 등의 신비평을 후기로 읽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런 판타지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일까. 하지만 사실 시대로 치자면 나보다는 훨씬 더 이 책과 가까운 세대의 사람이기는 할 텐데? 내 세대의 독법이 이 책에서 조금 다른 매력을 끄집어낸 걸까? 모르겠다......
생물은 아니지만 <로쿠스 솔로스>도 있지 않나
솔직히 같이 견주는 게 우스울 정도로 로쿠스 솔로스는 노잼임
아프리카의 인상은 재밌음..
아마 실제로 이 책에서 매력을 싹 없애고 비평할 사람들이라면 로쿠스 솔루스 같은 거 들고오지 않을까......
재밌겠네. 읽을책 추가 님 감상글 잘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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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단 뽕차네잉
스트루가츠키 형제를 사랑하는 동지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다.
오한기의 추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