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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읽어보는 그래픽 노블이었고, 만화라는 매체가 이렇게나 다양한 방면에서 독자에게 충격과 감탄을 줄 수 있다는 걸 배웠음. 겉표지부터 시작하여 속표지, 칸 배열, 말풍선, 여러 삽입 자료 등등...


  이 작품의 구성은 간단한데, 작가의 분신인 '아티(애칭)'가 아버지인 '블라덱 슈피겔만'에게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들에게 어떤 수난을 당했는지 전해듣는 이중 화법 구성임. 물론 아티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지금'은 전쟁이 끝난 지 오래고, 폴란드가 아닌 미국에서지만.


   호남자였던 블라덱이 백만장자 부유한 가문의 딸이었던 아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의 기나긴 고난이 시작됨. 나치 깃발이 걸린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마을을 지나고, 폴란드 예비군 소속으로 징집되어 대독일전선으로 진군하고, 전쟁포로로서 온갖 고생을 겪고, 본인 소유의 직물 공장이 '아리아인 관리인'에게 넘어가는 등등. 물론 이것들은 시작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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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들과 함께 블라덱에게 고난이 다가감. 수용소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자신과 똑같은 유대인들이 어디서나 아무렇지 않게 개죽음 당하는 상황을 목도하며, 인간답지 않은 취급을 받으며 종국에는 아우슈비츠에 갇히는 때까지.


  나치는 유태인들에게 절대 절망과 공포가 무력해지길 허락하지 않음. 그래도 초반의 유대인들은 서로 도움으로써 만들어낸 희망 혹은 나치가 제공한 미약한 희망에 사로잡혀 기쁨마저 느끼는데, 그 기쁨을 산산조각내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뜨림. 바로 아래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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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건이 반복되어 희망과 기대가 무너진다면, 결국 같은 유대인끼리도 불신이 쌓이고 적대감을 느끼게 됨. 민족이라는 동질감보다 개개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더욱 협소한 판 위에 서게 되고.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이니 그들을 마냥 욕하기도 어려움. 그렇다고 나치에게 대항하자니? 몰살 당하기 쉽상이고. 분명 이 크나큰 무력감이 아우슈비츠에 떠도는 가장 큰 유령이었을 것임.


  아무튼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활을 다룬 2부에서는 바로 이 무력감 때문에 참 읽기 힘들었음. 만화라서 축약된 면이 있을 것이고, 그 몇 개월을 만약 실제로 보냈다면은 언제 끝날지 깜깜할 테고 언제 죽을지 가늠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 그대로 몸서리가 쳐진달까.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서 '체험'해보시길..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궁금증이 생겨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볼까 함. 일종의 기록 에세이인데, 실제로 작가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보낸 기억을 기록한 책임.


  문득 프리모 레비와 블라덱 슈피겔만이 한 번쯤은 스쳐지나간 적이 있지 않을까 싶은 어떤 우연이 궁금해지긴 하던데.....아무튼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곡 하나 추천하고 끝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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