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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강의 동물과 맞다이까는 웅장한 이야기인데 다들 지루하다고만 함


판타지 소설로 보고 읽으면 고래학 설명하는 부분은 전부 설정푸는 장면임. 1080p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현대인으로서 고래가 익숙하다고 느껴지니까 진지하게 안 읽는거지, 아예 모르는 세계 이야기로 보고 읽으면 개꿀잼임. 특히 소설에 나오는 모든 충동과 철학이 "진짜"라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야만 함. 작가가 빌드업을 그렇게 했는데도 향유고래가 뭔지, 포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 주제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일 거임. 작가가 이상한 말을 하면 "19세기 낸터킷에선 그랬겠구나!"하고 읽으면 될 것이지 왜 책을 덮어버리는지 모르겠음. 이건 전부 틀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는 고루함 때문임. 이 점에서는 식인종과 한 침대에서 자는 이슈마엘이 현대인보다 훨씬 나음.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더욱이 모비딕을 읽어야함


"지식을 얻을수 있는것도 아닌데 왜 굳이 170년전에 쓰인 책을 읽냐"라는 질문에는 로마 박물지와, 포경 회사의 공판 기록과, 부정확한 일화들까지 모두 긁어모아서 인류의 미지에 대한 지식을 종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읽는다고 답하고 싶음. 요컨대 활자로 전해내려오는 기록을 연구하는 서지학임. 여기선 수백년 전의 사람이 화를 내며 반박해야하는 동료 학자가 되고, 잊힌 책자 한권이 퍼즐을 맞추는데 필요한 열쇠가 됨. 사람이 없는 마이너한 분야를 파는게 아니면 정말 느끼기 힘든 쾌감인데, 모비딕에선 이 쾌감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 스며들어 있어서 몇번씩 읽어도 매번 새로움


사실 책과 기록에 대한 열정을 이 정도로 깔끔하게 표현한 책은 찾기 드물거임. 씹덕끼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즐길 수밖에 없는게 모비딕인데 왜 모비딕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