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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니치라는 단어다. 원래 장식물을 세워두기 위해 벽에 만들어 놓은 공간을 뜻하는 니치는 틈새시장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생물학에선 한 종의 생물학적 지위를 뜻한다. 서식지와 먹이 즉 니치를 공유하는 두 종은 공존할 수 없고 둘 중 한 종은 결국 멸종하고 만다. 패자에겐 결국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다. 멸종의 길을 걷거나 새로운 니치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정복자들을 피해 새로운 서식지로 내몰려야 했던 생물 종 중에는 우리의 조상 포유류도 있었다. 공룡이 세상을 지배했던 1억 년 전, 공룡에게 니치를 빼앗긴 우리의 조상 포유류는 공룡들이 활동을 하지 않는 밤이라는 새로운 니치를 확보한다. 생태계의 빈 공간에서 떠밀리듯 생존에 성공한 포유류는 소행성 충돌과 독성 물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식물들의 확산에 타격을 입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공룡을 대신해 지구의 주인으로 우뚝 선다.


자연계는 적합한자가 살아남는 다는 적자생존의 법칙과 강자가 약자를 먹는다는 약육강식이라는 절대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공통 조상을 가진 생물은 가장 강한 한 종으로의 진화가 아닌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 것일까? 그 답은 바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자연계에선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으며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종이 넘버원이자 온니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38억년에 달하는 생명사를 다루는 책 치고 너무 얇아서 별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알차서 놀랐다. 원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공생을 시작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적자로 선택되는 과정을 300 페이지 내외로 담아냈다. 멀게만 느껴지는 진화생물학 입문 서적으로 최상의 선택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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