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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엇을 읽어도 재미가 없고 딱히 보고 싶은 책도 없어서 방황하던 중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발견했다.
내 독서가 안되니 남의 독서라도 염탐하자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다섯 권이나 되어 전부 읽지는 않고 첫 권과 끝 권만 읽었다.
그 중 흥미가 돋는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검색해서 관심 목록에 담아두었는데 어떻게 해도 검색이 되지 않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국내에는 크게 소개되지 않은듯한 동독 작가 크리스토프 하인의 탱고연주자였다.
학생들의 부탁으로 작은 공연에서 피아노로 탱고를 연주했다가 반주에 맞춰 학생들이 개사하여 부른 노래가 위정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다는 줄거리는 보자마자 쿤데라의 농담이 떠올랐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쿤데라의 소설 중 으뜸은 농담이고 그 이후는 참존가를 포함하여 전부 사족이라고 생각할 만큼 농담을 좋아했기에 어떻게든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책값 4000원과 배송비 4000원 도합 8000원을 주고 구매할지. 아니면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지역 도서관에 직접 가서 읽고 올지, 그것도 아니면 5000원이 넘는 배송비가 아깝기는 하지만 책바다 대출을 할지 고민하다 결국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금액도 시에서 지원해주어 얼마 내지 않았다)
책바다 신청 후 제공 도서관에서 전화가 한 번 왔었는데 책이 너무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고 옛날 책 냄새가 나는데 괜찮으냐는 내용이었다.
활자에만 이상이 없으면 괜찮다고 답했더니 이틀 후 책이 도착했다.
책등에는 청구기호가 수기로 적혀있고 맨 뒷장에는 대출카드가 붙어있는 책에서는 익숙한 먼지 냄새가 났다.
지금은 전부 팔거나 버렸지만 아버지가 대학생 시절 읽었다던 8090년대 책들은 많이 봐왔기에 오히려 정겨운 느낌도 났다.
첫 장을 펼치자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나오는 주인공에게 교도관이 직업이 교수인지 피아노 연주자인지 물어보자 피아노 연주자로 이곳에 왔으니 피아니스트라고 대답하는 첫 장면 아래로 소설은 차가운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특히 매부가 탱고는 원래 반도네온으로 연주해야 하는데 피아노로 연주해서 판사가 벌을 준 것이 아니냐고 묻는 장면은 압권이다.
농담이 20대를 위한 이야기라면 탱고연주자는 30대를 위한 이야기이다.
그만큼 더 농후하고 신랄하며 패배의 냄새가 난다.
소설의 마지막은 역자가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기 불과 몇 개월 전에 나온 하인의 소설 탱고연주자 역시 졸지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현대에 와서는 울림이 덜하며 다소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차라리 중고라도 구입을 했으면 좋았을걸 반납을 하기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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