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11월에 태어나 > - 김박은경

 

 

아빠의 엄마가 나를 낳으니 할머니가 내 엄마라면 아빠는 내 형

아빠 애인이 내 엄마라면 할머니는 내 할머니

할머니가 나를 낳아 친엄마라면 아빠 애인이 내 양엄마

머릿속 양 한 마리가 백 마리 백만 마리

냄새들이 부풀고 양털 뒤엉키면 풀어줄 거니 아니 잘라줄 거니

형이니까 형은 그후로도 오래오래 내 아빠니까 우린 패밀리니까

뒤로 할 때 아파도 좀 참아 아빠가 형이니까

키스할 때 더듬이 물지 않게 조심해

"들어간것은나온다" 아빠한테 배울 거는 그거 한 가지 그러니 어떤 체위도 겁먹지 않을게

우리의 가족애는 불도가니, 바닥만 남은 채 끓는 소릴 내지

언젠가 아빠가 내 애인이 되어주면

함께 우주의 무한을 향해 날아가면

분간이 가시넝쿨처럼 뒤엉킨다 해도 잘해낼 거야

우리들은 분간할 수 없으니까 한 치의 오차도 없으니까

한 방에서 나와 다른 방으로 갈 때

더듬이들의 엉킨 춤은 끝도 없을 거야

나는 11월에 태어나 12월에 태어나

13월에 태어나

 

 

* 2010년 멕시코의 한 남자 동성연애자가 어머니의 배를 빌려 2세의 아버지가 되었다.

 

 

시집 '중독'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