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2ebcd332f0c178af60ffc6b41adc377d1543181172b2692e23bd7512f46c590822e03416816a02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 <나도그렇게생각한다>


1.

주로 인간의 도덕적인 사회적인 면모를 설명하기 위해서 공감은 쉽게 그 선한 면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대부분의 인지 작용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직관적/본능적으로 편을 정한 뒤, 그 이유를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공감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공감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2.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줄 안다.

그렇다고 공감이라는게 자동적으로 언제나 발현되는 건 아니다.

즉, 인간은 선택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 약자에 대한 공감은

그 약자가 처한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약자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에 대한 공감일지도 모른다.


3.

어떤 사디스트들은

한껏 발달한 공감능력을 통해 자신이 정신적/육체적 폭력을 휘두르는 대상의 공포와 아픔에 동조할 수 있고,

거기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그 쾌락이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

+ 상대방이 느끼는 공포와 아픔과 좌절을 나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점

+ 이건 간접체험일 뿐 나 자신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므로 그 한도는 무제한이고 내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점 때문에

증폭된다.

어떤 사디스트에게 공감이란, 쾌락 증폭의 도구다.


4.

무엇보다 흥미로운건

니체의 알파메일이 되지 못한 많은 보통 사람들은 알파메일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버리고, 알파메일 자아를 자신의 자아로 교체하며,

그 과정에서 알파메일의 자아를 더 신격화한다.

그런데 결정하고 실행하는 알파메일은

도대체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그딴 자기반성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자아는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있어서 자아란

근본적으로 원본없이 무수한 반사와 복제를 통해 제각각의 형태를 지니게 된 무엇에 다름아닐 수도 있다.


5.

싸보이는 제목과 달리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이 듬뿍 쓰여진 책이지만,

아마도 번역자의 역량부족으로 두서없이 난잡스럽기 짝이 없는 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만,

절대로 그럴 리 없는 오랜만에 재밌지만 짜증나게 읽은 심리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