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는 조지 오웰의 1984 말고,
1985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을 아는 사람 있는지?
본인이 알기로는 1985 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소설은 두 편 있음.
서로 다른 작가가 쓴 전혀 다른 내용의 소설임.
1. 기요르기 달로스 '1985'
우선 헝가리 작가 기요르기 달로스가 쓴 '1985'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대한 직접적인 속편임.
처음에는 '1985'라고 원제 그대로 번역본이 나왔다가, 그 다음에는 '빅 브라더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운동권 출판사) '한울'에서 재출간된 바 있음.
조지 오웰의 1984 마지막 장면에서 총살당한 윈스턴과 줄리아 두 사람 모두 죽지 않고 살아 남아 활약한다는 설정이고,
소설 가장 앞머리 1페이지에서 도입부에서 빅 브라더가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 후 사회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 주요 내용임.
(연인이었던) 윈스턴과 줄리아 두 사람이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동지였다가 또 그렇지 않게 되기도 하고...
은근히 팬픽 느낌의 속편 같지만, 나름 진지하게 쓰여진 작품이고....
'냉전 시대의 헝가리'라는 환경에서 써서 발표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음.
공산 독재 정권의 철권 통치가 계속되던 헝가리에서 용감하게 이 책을 써서 발표한 기요르기 달로스는
"공산 독재 정부의 몰락을 기대하는 내용이다"라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었고....
결국 해외로 망명길에 오르게 되었음. (실은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
2. 앤소니 버제스 '1985'
'시계 태엽 오렌지'로 유명한 앤소니 버제스가 쓴 장편 '1985'도 있는데,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의 '1984'와 완전 별개의 작품임.
영국 사람인 앤소니 버제스가 "영국병이 더 심해지면 결국 무기력이 판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여 쓴 소설임.
1978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큰 화제를 모으면서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는데...
때마침 1978년말~1979년초 영국 노동계가 벌였던 "불만의 겨울" 파업이 영국병의 극치를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언론에서는 "이대로 가면 미래 영국은 앤소니 버제스의 '1985'에 묘사된 대로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라는 논평이 나오게 되었고,
이듬해인 1979년 영국 총선에서 마거릿 대처가 승리하여 집권하는 데 소설 '1985'가 나름대로 일조하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음.
앤소니 버제스가 쓴 '1985'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제도권 사회를 견디지 못하는 일탈 청소년(=비행 청소년)에 대한 작가의 시각임.
'시계 태엽 오렌지'와 마찬가지로 '1985'에서도 일탈 청소년들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데,
제도권 사회에 순종적으로 적응한 청소년들은 무감각한 눈빛으로 세월만 보내는 정박아(바보)가 되어 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제도권 사회에서 일탈한 반항적인 청소년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길에서) 다양한 삶과 지식을 배우려 애쓰는 것으로 다룸.
작가가 '시계 태엽 오렌지'에서 일탈 청소년의 잔인한 비행과 그들이 개선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을 생각하면,
'1985'에서 영국병이 판치는 무기력한 제도권 사회에서는 일탈 청소년이 되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두 작품 모두 비행 청소년을 테마로 하고 있으면서도,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느낌이 꽤 희한함.
앤소니 버제스의 장편 중 한국에 번역된 '시계 태엽 오렌지', '부족한 씨앗(=조직과 사회)', '1985' 세 편은 모두 디스토피아 소설이고,
그 중에서 가장 암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영국병이 극단으로 간 무기력한 사회를 무대로 하는 '1985'라고 할 수 있음.
앤소니 버제스의 '1985'는 처음에는 원제대로 '1985'라는 제목을 달고 두 어 곳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SF를 많이 출간한) '모음사'에서 '소설 노동조합'으로 나온 1989년 번역본이 한국에 나온 마지막 판본임.
앤소니 버제스가 직접 쓴 디스토피아 소설에 대한 에세이가 부록으로 실려 있는 판본이 상당히 괜찮은데,
부록의 절반은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상세히 비교하는 문학 비평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앤소니 버제스 본인의 대표작 '시계태엽 오렌지'와 예프게니 I. 자먀찐의 '우리들'을 비교하는 문학 비평문임.
앤서니 버지스 시중엔 시계태엽 밖에 없는 게 아쉽네
기요르기 달로스 1985는 2만원에 중고시장에 나와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