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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이 소설은 2001년 출간 당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용은 그냥 사랑 이야기다.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 독붕이들이 싫어하는 조합 두 가지가 아닌가? 장르소설 + 베스트셀러라니...


  근데 그딴 거 모르겠고 재밌고 감동적이고 아련했다.


  시골 마을에 사는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 16살의 나이에 첫사랑을 하게 된다. 첫사랑의 상대는 마을 유지의 첩의 딸로, 가정 사정으로 인해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 동갑내기 소녀.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하게 하는 서정적인 묘사가 첫 부분이다. 이 부분의 묘사만 따로 떼어서 단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참으로 아름다운 수채화와도 같은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목과도 연관되는 부분은, 바로 한 여선생님의 제안으로 커플끼리 이어진 편지글을 유리병에 담아 각 사과나무 밑에 묻어두고, 10년 뒤에 열어보도록 한 부분이었다. 주인공과 상은은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커플링이 이루어졌고, 이것을 열한번째 사과나무 밑에 묻어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녀, 상은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본래 아버지를 도와 시골에서 살기 위해 농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주인공은, 그녀를 따라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뒤늦게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1년 늦었지만 상은이가 진학한 그 대학에 합격하여 다시 상은과 재회한다.


  하지만 시대는 1980년대, 엄혹한 현실 속에서 대학가는 시위와 정치적 투쟁에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고, 그들도 한 클럽에 투신하여 지하 활동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과외하던 집 학생의 사촌 누나라는 민지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민지는 주인공 지훈에게 강한 관심을 갖게 되어, 일종의 삼각관계 비슷한 것이 형성된다. 삼각관계 비슷한 것이라는 것은, 주인공과 상은의 관계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에 줄곧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엇갈림을 통해 주인공은 한때 상은과의 관계를 단념하고 민지와의 관계에 집중하려 하지만, 첫사랑의 추억과 강한 상은에의 끌림은 결국 그것이 도피에 불과했음을 자각하게 하여 스스로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상은이 시위를 주도하다가 도피 생활을 하게 되고, 주인공은 상은의 도피 생활을 1주일간 동행하며 도와준다. 그러나 더 이상 폐를 끼치지 못하겠고, 도피 생활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 상은은 자수를 결심하고, 주인공과 옛 추억을 되살리며 6년 전에 묻었던 유리병을 캐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다시 메시지를 써서 8년 뒤인 서른 살이 되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자수 전날 밤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자수를 하러 간 상은을 먼 발치에서 마중한다. 그러나 이것이 16년 동안의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렸다.


  주인공 역시 정보기관의 추적에 의해 체포된 뒤, 강제 입영 처분을 당하게 된다. 군에서 상은이 1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휴가를 받을 때마다 그녀를 찾아가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면회는 불발된다. 그리고 상은이 출소 뒤 독일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한동안 드문드문 이어지던 연락은 결국 끊어지고, 주인공 역시 삶에 휩쓸리다가 서른 살이 되던 해, 민지의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한다. 그러나 이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한 것이 못 되었고, 결국 38세가 되던 해 큰 싸움과 함께 둘은 갈라설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 지훈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소설을 쓰기도 하였는데, 그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작가로서의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한 독자가 있었다. 닉네임이 '사과나무' 였고, 주인공에 대해 이상하게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채팅으로 나누다가,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금 수상쩍은 기색을 느껴 꺼리던 주인공이었으나, 그 독자, '한송이'는 지훈의 사과밭과 사과나무 이야기를 하며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지훈은 그러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대생이자 시한부 인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한송이였지만, 실제로 주인공의 고향에서 마주친 그녀는 15~6세 가량의 갸냘픈 소녀였다. 그리고 전혀 불치병에 걸린 병약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송이는 시한부 인생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라고 하였으며, 자기가 써 왔던 얘기나 자기가 들은 얘기는 전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하였다. 이쯤 되면 누구나 눈치를 챌 일이었지만, 한송이는 바로 주인공 지훈의 친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바로 상은. 바로 그날 밤 한 번의 관계로 생긴 아이였던 것이었다. 


  16년만에 재회한 상은은 뇌에 생긴 병으로 인해 이미 두 차례나 수술을 했었으며, 지금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비로소 재회한 둘은 그 동안의 엇갈림에 대해 얘기하게 되고, 지훈은 30세가 되던 해에 상은이 한국에 왔었으나, 질병과 민지의 방해에 의해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은은 30세가 되던 해에 사과나무 밑에서 만나자는 그 약속을 그때까지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과나무 아래에 묻혀 있던 병을 캐어내 다시 그 시절의 메시지를 확인한 그들은, 16세때 나누었던 말처럼 서로의 발을 씻어 주며 마지막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상은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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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하면 대강 축약한 스토리 전개라고 본다. 애초에 스토리를 읽는 소설이므로 대강 이 라인을 보고 맘에 들면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16세 시절의 전개가 정말 최고라고 본다. 그림을 그려내듯이 아름다운 묘사가 맘에 들었고, 나도 16살 때 이런 사랑을 해 보지 못한 것이 억울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반면, 후반부의 전개는 조금 작위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본다. 참고로 정치적인 떡밥은 거의 없다. 그저 시대적 배경으로 써먹었을 뿐이니까 정떡 싫어하는 사람들 안심해도 좋다. (애초에 그런 소설이 아니다.)


  첫사랑을 끝까지 잊지 못하는 남자라...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첫사랑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고, 언제든지 환상을 자극할 수 있는 떡밥이라는 점, 그것을 아름다운 필체로 그려냈다는 점 등 로맨스 소설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다 갖추었고,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될 만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대놓고 돈 벌려고 쓴 소설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중소설로서 완벽한데, 1부만큼의 완성도가 2부에서도 이어졌다면 아마 당대를 뛰어넘은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도 약간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