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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에게 홀려서> 이후의 panpanya 단편집에는 후기를 남기지 않았다. 바로 다음 단편집인 <침어>가 별로였기 때문은 아니고, 이전의 두 후기를 통해 panpanya의 작품 세계의 전부를 소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panpanya의 단편집 <동물들>은 그저 단편들이 묶여있을 뿐이었던 지난 단편집을 뛰어넘어, 동물들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엮여있다.

동물들과 주인공이 접촉하면서, 혹은 동물들의 모습을 주인공이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panpanya의 이전 단편들보다 더욱 수필적이다. 이러한 수필적 세계관에서 동물들과 주인공의 모습은 희망적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결말들이 자주 펼쳐지지만,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모호하고 찝찝하게 끝나는 동물들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마치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동물들의 앞날이 희망이기를 희망한다.

여기서 나는 이 단편집이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영화 <이웃집 야마다군>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원작은 만화지만, 나는 영화만 보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때때로 불행 중 다행인 결말을 맞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케세라세라, 어떻게든 될 거야.’ panpanya의 단편집 <동물들>도 이와 똑같다. 동물들과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