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읽고 있는 민음사판 "소망 없는 불행"을 예로 들어봄.
역자 소개를 보면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박사학위 소지자이심.
그런데 번역은 개판임. 독일어만 공부하느라 정작 한국어 능력은 소홀히 한 것인지
중의적 표현, 비문, 주어와 술어가 연결되지 않는다거나 가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문장들이 넘쳐남.
리듬감 그딴 건 당연히 없음.
원문을 제대로 번역했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옮겨놓은 문장 자체가 엉망진창이니 제대로 읽히지도 않고 몰입도 안 됨.
한 문장 읽고나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하고 다시 한 번 유심히 글자를 들여다봐야함.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문장이 개판이라서. 한 두 문장도 아니고 책 전체가 이런 개판임
반대로 소설가 등 작가가 번역한 책을 예로 들어보자. 대표적으로 김연수가 번역한 "대성당"
읽어보면 가독성이 매우 뛰어남. 문장에 흠잡을 데 없는 건 기본이고,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읽히는 리듬감까지 완벽하게 살아 있음.
이처럼 소설가나 시인이 번역한 책은 일단 한국어 문장으로서의 완성도와 가독성 만큼은 보장됨
물론 전문 역자가 아니므로 오역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내용 해석을 뒤바꿀 정도의 심각한 오역이 있는 게 아니라면,
번역의 신뢰성은 다소 떨어져도 한국말 잘하는 소설가, 시인들의 번역이 더 낫다고 봄
번역이 완벽해도 문장이 개판이라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질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음
번역된 시에서 리듬과 메타포를 느낄 수 있음? 느낀 시와 출판사좀 알려주라
소설 얘기한 거임. 이성복처럼 소설 번역하는 시인도 있으니까. 번역 시는 별로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시는 번역한순간 거지반 죽은거지 뭐
소설은 나도 공감이 간다. 김영하가 어그로 끌긴했지만, 위대한개츠비 번역 꽤 잘했고, 김연수 대성당도 좋았음. 오역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창조적인 감각이 필요한데, 그런건 아무래도 문인들 특기인가봐
박순녀 작가의 빨강머리 앤 번역본 퀄리티는 기가막힐 정도였죠. 최수철 작가도 소설가로 입지를 다진 후 르 클레지오 작품을 많이 번역했는데 퀄리티가 높습니다. 이윤기 안정효 김석희 등은 젊은 시절 소설가로 데뷔하였지만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번역가로 긴 세월을 보낸 후 자기 소설도 본격적으로 쓴 케이스이고...
구자운 시인의 러시아 소설 번역, 송영택 시인의 헤세 소설 번역, 김후란 시인의 금각사 우국 번역, 성귀수 시인의 뤼팽 전집 번역 등... 시인이 자기 시를 쓰면서 생업으로 소설 번역을 하는 경우에도 극상의 문장력을 보여 줍니다. 김후란 시인이 일본 소설 번역하면서 구사한 (원본에도 없는) 유려한 의역을 그대로 썼다가 표절이 들통난 신모 소설가도 있었구요
해외박사들 번역 개판인 이유 상당수가, 그 번역 사실은 자기가 안해서 그럼. 교수들이 대학원생 시키고 자기 이름 올려 책 내는 건 대학가의 일상사.
중의적 표현은 그렇다치더라도 소설에서 주술이 안맞는 건 좀 심한데
원래 번역은 국어 능력도 중요함
하지만 반대로 작가들의 외국어 실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개취로는 기계적 번역을 더 조아함. 우리말 번역 거지같아서 못참을때 일본어로 번역된 걸 볼 때도 있는데, 원문이랑 대조해 본 결과 얘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빼먹는 문장 없이 제대로 다 번역함. 이런 게 기계식 번역의 장점이기도 함. 이해를 돕는답시고 제멋대로 문장 자르고 생략해놓고
의역이라고 우기는 걸 하도 마니 봐서... 이 당연한 작업이 신선하게 느껴졌음.
그게 무슨 의역임? 작품 훼손이고 난도질이지... 하여간 제멋대로 할 거면(내지는 실력이 안되면) 뻔뻔하지나 말던가...
정작 대성당 역자 후기 읽어보면 존나 쩔쩔거리는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