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채형복
시인이랍시고 폼 잡고
인생의 오욕과 회한에 젖은 시를 쓰면서
삶과 죽음에 목숨 걸어 본 적 없다면
이별과 사랑에 목숨 걸어 본 적 없다면
그는 가짜다
수천 수만 도 들끓는 신열로 가공의 신에 매달려
진리와 허위의 경계를 유령처럼 배회해 보지도 않고서
천지를 녹일 듯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에
펄떡이는 심장을 데인 적도 없고서야
시인 흉내인들 낼 수 있으랴
시인은
폴리가미, 트랜스젠더, 에이섹슈얼, 에고이스트,
자기망상피해자, 자기창조자, 자기파괴자
자신이 세운 왕국의 전제군주이자 독재자
너를 사랑하기에 죽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도록 사랑하기에 산다
너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를 죽도록 사랑하기에 시를 쓴다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말이다.
이토록 솔직하고 노골적이며 마음에 와 닿는 시인의 말은 처음 본다.
이 자체가 하나의 시와도 같다. 어지간한 시보다 낫다.
시인이 어떤 존재인지 이보다 더 깔끔하고 확실하게 정리된 글은 없을 것 같다. 크큭..
느낌있다
크크큭
野黨 맛
에이섹슈얼 asexual 미국∙영국 [ˌeɪˈsekʃuəl] 1. 형용사 전문 용어 무성(無性)의, 성기가 없는 2. 형용사 섹스와 무관한, 섹스에 관심이 없는 옥스퍼드 영한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