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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골랐을 땐 이런 내용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판탈레온 판토하...



판탈레온 판토하...



판탈레온 판토하는 얼마나 슬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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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이하 수국초특)의 창단 사유는 간단하다. 아마존 밀림에 주둔 중인 병사들이 성욕을 못 이겨 원주민 여성을 강간한다는 신고가 끊임없이 들어오자, 군 당국은 병사들의 성욕을 '강제성 없이' 해소할 대책을 강구한다. 그것이 수국초특의 시작점이며,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에게 그 직무를 제안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소설 시작부터 되게 마음에 들었던 점은, 교차 편집 방식으로 서술된다는 점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집필할 때 영화화를 이미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초반부터 영화 같은 연출이 잘 드러난다. 판탈레온 가족의 대화 + 강간 사건으로 골머리 앓는 장군들의 대화 + 프란시스코 교주의 연설이 끊임없이 교차된다. 심지어 전혀 다른 시점에서 대화가 끝맺을 때, 그 마지막 대사가 다른 시점의 시작점으로 활용된다. ㄹㅇ 바르가스 미친 거 아님?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규율 하나 때문에 수락했을 뿐,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는 자신의 직무를 부끄러워하며 다른 이들에게(아내와 어머니에게조차) 들킬 것을 두려워한다. 다행이라면 고위직 간부들도 그 직무의 수치성을 인지했는지, 대위에게 군복 대신 사복을 입을 것을, 부대 내부가 아닌 다소 떨어진 창고에서 운영할 것을 지시한다. 이후 그는 자신의 다부진 성격대로 규칙을 꼼꼼하게 정하여 철두철미하게, 점진적으로 수국초특을 확장해나간다.



그가 특별봉사대 관리 직무를 맡게 되는 경과부터 그것이 어떻게 번영하고 몰락해나가는지 보여주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식'이 활용된다. 공문서, 신문, 라디오, 편지 등등. 특히 자주 보이는 것이 공문서다. 아무래도 군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보고서 양식에 맞추어 보고하다보니, 자주 나올 수 밖에 없는 양식이다. 재밌는 것은 이것이 수국초특이라는 다소 야릇한 업무와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대위가 상관에게 자신이 어느 술집에서 한 포주를 만나 창녀를 만나보았다든지,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병사들의 성욕을 턱없이 적은 수의 창녀들로 만족시킬 것인지, 더불어 왜 다른 부대만 수국초특이 방문하고 우리 부대는 방문하지 않는지에 관한 어느 부대의 불만까지...이런 추잡한 부분까지도 여과없이 공문서로 보고된다. 공문서에서는 사적인 측면이 배제돼야 하나 수국초특 업무는 공적 업무이기에, 하지만 '성적인' 공적 업무이기에 필연적으로 사적인 면이 녹아든다. 이런 부조화가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실소도 웃음입니다) 다만 너무 많이 쓰이다 보니 다소 질리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작가는 소설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종교'라는 소재를 추가한다. 종교의 이름은 '방주'이며 '프란시스코'라는 자가 교주이다. 물론 이 종교는 비틀렸다. 동물을 십자가에 못 박은 뒤 피를 받고, 심지어 아기조차 못 박아 성자로 추앙한다. 그리고 그 흘러내린 피를 신도들이 스스로 몸에 발라 황홀해한다. 종교는 페루의 습한 공기를 타고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그 범위와 정도가 심해져 무고한 자에 대한 살인마저 일어난다. 점차 광신도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에까지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 장군들은 왜 우리가 신부들과 싸워야하냐며 불만이지만, 그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기에, 심지어는 부대에까지 종교가 퍼졌기에 이를 소탕하기로 결정한다.



그럼 이 종교와 수국초특은 서로 어떤 식으로 작용할 것인가? 그건 작품을 직접 읽어보면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직접적인 작용이라 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난다. 그저 창녀를 관리하는 기둥서방일 줄 알았던 판탈레온 판토하는 군인이었다. 이는 신문과 방송으로 전세계에 알려졌으며 페루 군대 전체의 이미지를 무너뜨렸다. 이에 판탈레온 판토하는 합당한 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대위는 자신이 있던 이키토스를 떠나 리마로 돌아와, 국방부로 향한다. 처벌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미 국방부장관과 참모총장이 들른 회의실에 판토하가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받을 벌을 기다리는 동안, 앞에서도 활용된 교차 편집 방식으로, 그 동안 수국초특에 대해 반대하거나 부정적이었던 자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들은 해산한 특별봉사대원들을 한명씩 옆에 둔 채, 각자의 장소에서 열심히 사랑을 나누는 중이었다.




'염소의 축제'를 읽었던 기억과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읽은 기억으로 비추어보건대, 마리아 바르가스 요사의 몇몇 특징들이 눈에 띄었다. 우선 그는 후반부에 임팩트를 크게 주는 편이다. 초중반부는 대개 빌드업 과정에 해당하고, 후반부에서 그것을 폭발시키는데, 이게 어찌보면 참 정석적인 연출 같기도 하다. 또한 생각보다 수위가 쎄다. '염소의 축제'에서 교도소 고문 장면이나, 이번 작품의 성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고 시체 썩어가는 묘사, 십자가에 못 박는 묘사 등등 다소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편이다. 그리고 다분히 사회비판적이다. '새엄마 찬양'이나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같은 작품은 안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대통령 후보로 나가신 경험이 있으니 만큼 정치, 사회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으시고,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도시와 개들' 등등 그와 관련된 소설을 꽤 쓰신다.


확실히 마르케스보다는 장르적인 재미가 큰 듯.


후..아무튼 이제 힙스터로 잠시 회귀하여 올리비아 로젠탈 작가의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읽어야게씀


와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