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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보는 듯이 굶주림과 빈부격차를 묘사하면서도 시대가 만들어지는 배경을 설명한다. 큰 그림은 이렇다.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대립 밑에 깔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이념 대립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해방 이후 친일파 척결과 토지 개혁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기득권들의 탐욕으로 약속한 토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당 할 정도로 착취 받는 소작인들 사이에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속히 빨갱이들이 기승을 부린다.


그러자 미국은 적국의 이념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정치에 간섭한다.

공권력을 지녔다가 해방 이후 파리 목숨이 된 친일파들을 다시 중역에 앉힌다.

친일파들은 일제 강점기 때 기득권들이었고 착취 받아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빨갱이들을 잘 관리하고 감시했기 때문이다. 친일파들은 민족 반역자라는 자신의 업보를 감당하는 와중에 다시 권력을 잡으라니까 본인들도 어리둥절해 하면서 역시나 기회주의자답게 언제 또 시대가 바뀌어 팔자가 뒤집힐지 모르니 전보다 더 열을 올려 일을 해낸다.



지주들을 학살하고 재산을 모조리 빼앗는 빨갱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당한 착취를 마음껏 행사하는 지주들에게 항변하는 자들 모두를 빨갱이로 몰아간 것이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이 되었다.


건실한 정부가 없어 나라가 혼란한 사이에 제재가 느슨해지자 지주와 소작인들이 나눠갖는 수확량이 6:4에서 9:1까지 커져갔고 대신 뼈빠지게 일해 농사를 지어주고 받는 쌀은 일가족이 1년 동안 먹기엔 터무니 없이 적었으며 갖다 바쳐야되는 쌀들을 한쪽 구석에 쌓아두고 쫄쫄 굶기 일쑤였으며 아이들은 배가고파 술 찌꺼기를 먹고 취하거나 산으로가 씹는 맛이라도 느끼려고 진달래를 꺾어먹는다.



4권에서는 기독교와 불교마저 민족 분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온다.

지도자를 우상 숭배하는 사회주의자들은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배척하였기 때문에 박해받고 월남한 기독교인들은

사회주의보다 민주주의를 선호했고, 미국은 이를 도와 일본이 패망해 버리고 간 건물들에 교회를 마구 짓게 도와주었다. 종교 역시 이념 대립의 무기이자 수단이 된 것이다.


불교에서도 나이 든 기득권 중들과 착취 받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젊은 중들의 대립이 있다.

역시나 젋은 중들 또한 빨갱이로 몰린다.


이쯤되니 기득권에게 빨갱이는 아주 좋은 선물이자 명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눠주자, 같이 잘살자, 부당하게 뺏으면 안된다, 도와주자, 라는 말을 입밖에 나오기도 전에

틀어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부당한 착취를 여러 논리를 들어 항변해도 '너 빨갱이야?'

한 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내 독서 기록 어플에 100권이 쌓여 소회를 올렸더니 실시간베스트에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 독서 목록에 태백산맥을 보고 빨갱이 소설이라고 한 것을 봤다.



총 10권에 4권이니 아직 반도 안 읽었지만

모든 좋은 글이 그렇듯 이 책 또한 내게는 편향적이지 않았다.


착취하는 지주들이 대다수지만 그렇지 않은 지주 또한 나온다.

김사용 어르신이 그 예이며 그의 생각과 행동은 모범이 될 만한 지주이다.


착취받는 소작인들의 억울함이 대다수지만 혁명 전사로 진짜 빨갱이 활동하는 사람들의

한쪽을 완전히 배격해야 된다는 위험한 사상주입과 잔인한 범법 행위 또한 적나라하게 나온다.


손승호는 지식인이 어디쯤에 있어야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억울하게 착취받는 사람들의 억울한 말을 빨갱이 소리를 듣지 않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이다.


염상구처럼 착취받는 사람들과 빨갱이들을 한번에 묶어 비열하게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심재모는 억울한 사람들과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빨갱이들을 구별하여 엄격하게 판단하는 군지휘관이다.



계속되는 민족 분열 속에서 서로에 대한 분노는 계속 자라난다.

그 분노는 서로를 파멸시키는데 집중하고 결과적으로 나라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인다.

그 사이 은막 뒤의 거대 세력은 마리오네트처럼 군데군데 차곡차곡 실을 꿰멘다.


부잣집 아들로 자란 지식인 김범우는 인간적인 양심으로 부당한 착취를 볼 수 없어

사회주의자가 되었지만 그 사상 또한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향한다. 그를 가운데에

있는 아무것도 아닌 회색인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양쪽 진영이 합쳐 미국과 소련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민족주의자이다.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면 나라가 발전한다.' 는 매우 공허한 말이지만

그게 정답이다. 김범우는 그 답답한 진실을 가슴에 담고 세상을 아프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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