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26ae9e2cf5d518986abce8954481716b7944

    

   

전설의 서울대 60 학번은 불문과 김승옥, 김현, 독문과 이청준, 영문과 박태순 등과 같이,
훗날 내노라하는 소설가(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면서 한국 문단의 대들보가 된 인물이 많이 나왔음.
그 중 독보적인 천재성을 과시하면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문단을 초토화시킨 걸물이 김승옥이었음.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승옥은 본래 처음에는 소설을 읽거나 쓰는 것보다는 만화 쪽에 더 관심이 많았음.

김승옥은 만화를 보는 것만 좋아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화를 그리고 삽화를 그리는 것도 좋아하였는데...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의 나이로 오로지 패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만으로 가득하던 철없는 젊은이였던 시절,

새로 창간한 신문에 자기가 시사풍자만화를 연재해보겠다고 만화를 몇 편 그려서 신문사 편집국에 보냈고,

그 샘플 만화 원고가 덜컥 채택되어 김승옥은 시사풍자만화를 매일 연재하면서 만화가로 활동하게 되었음.
당시 김승옥은 만 19살... 대학교 1학년 2학기 시작할 때부터 겨울방학 끝날때까지 6개월 동안 연재하였고,

작풍은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이 개척한 4컷 만화의 스타일과 유사한 '파고다 영감'이라는 4컷 만화였음.

[혁명과 웃음]은 김승옥이 서울경제신문에 6개월 간 김이구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파고다 영감'을 소개하면서,

그 만화가 풍자하고자 하는 당시 시대상과 사회적 이슈를 친절하게 다루고 있는 책임.

     

책 저자 이름에 김승옥(또는 만화 그릴 때의 필명인 김이구)가 빠져 있는데, 김승옥 이름은 들어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듦.

어디까지나 김승옥의 만화를 먼저 소개하고, 그 만화에 얽힌 당대 사회의 모습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구성이어서...

하여간 고맙게도 [혁명과 웃음]이라는 단행본이 나온 덕에 김승옥이 젊을 때 연재한 만화를 찬찬히 접할 수 있는데,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 제대로 된 일간지에 시사만화를 연재할 기회를 잡고 또 잘 해 낸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김승옥의 만화는 시사풍자만화가 요구하는 위트가 잘 살아있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는 센스도 꽤 좋음.

단점이라면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과 유사한 느낌이라는 것임 - 일간지 4컷 시사풍자만화의 일반적인 구성이긴 하지만서도...

    

시골에서 상경한 대학교 새내기 김승옥은 일간지 만화 연재 덕분에 등록금도 하숙비도 모두 자기 힘으로 벌 수 있었고,

이후 대학교 2학년 개강에 즈음하여 연재를 중단하였다가 5.16이 터지면서 시사만화를 포기하고 문학을 시작했다고 함.

더 황당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는 친구 이청준과 습작을 하다가 군 입대를 앞두고 투고한 작품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군 제대 후 대학교 3학년 때 전설의 명작 '무진기행'을 썼고, 대학교 4학년 때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받았음.

   

김승옥의 대학 재학 시절 4년

* 대학교 1학년 - 시사만화 '파고다 영감' 서울경제신문 6개월 간 연재 (대학 등록금, 하숙비 자력 해결)

* 대학교 2학년 - 단편소설 '생명연습'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당시 역대 최연소 등단. 이후 최인호가 기록 경신)

* 대학교 3학년 - 단편소설 '무진기행' 사상계에 게재 발표 -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한국문단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음

* 대학교 4학년 -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 사상계에 게재 발표 - 동인문학상 수상 (역대 최연소 수상)

도대체 이게 사람의 능력인가 싶기도 함.

    

대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쟁쟁한 문학도여서 그들에게 떠밀리다시피하여 같이 습작을 했던 것이라고 하는데,

습작 딱 1년 하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한국문단을 사실상 평정해버렸으니 원...

좋은 친구들이 있어 함께 자극을 주고받는 사이였기에 이렇게 된 것도 같고,

김승옥 김현 이청준 박태순 등 무시무시한 학생들 대상으로 문학 교양강의를 한 사람이 젊은 강사 '이어령'이었다고 하는데,

주변 환경 덕분에 김승옥은 자신의 능력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함.

    

김승옥이 문학도가 되기 전에 먼저 연재한 만화 '파고다 영감'을 [혁명과 웃음] 단행본 덕분에 접하고 느낀 것이라면,
김승옥의 문학적 성장에 시사풍자만화
'파고다 영감'을 6개월 간 연재했던 경험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함.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성이 내면으로만 파고들지 않고, 세상의 흐름도 캐치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 만화를 연재하면서 몸에 익힌 감각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