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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현하면 뭔가 있어보임)



몸이 그림자에게 자연과 인간 간의 괴리를 토로한다. 자연은 영원한 원리에 따라 나고 지지만 한 명의 인간은 한 번 죽으며 그걸로 끝날 뿐이다. 몸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영원을 견뎌내기 위해 술을 갈망한다.


그림자는 몸과 자신 간의 오랫동안 관계를 강조한다, 종속적인 존재니까. 그리고 이 관계 역시 언젠가 끝날 것임을 아쉬워하며 술이 아닌 선한 업적을 세워 후세에 남길 것을 충고한다. 타자와의 관계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림자는 영원의 앞에서도 관계를 통해서 이를 견뎌내려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정신이다. 재밌게도 이 둘의 고뇌를 잠재우는 정신의 방법은 오히려 이 둘 보다도 인간 삶의 무상함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술은 도리어 몸이 피하려던 죽음을 불러온다. 선업은 끝없이 사라지는 인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결국 잊혀진다. 그는 영원이 아닌 이 고뇌 자체를 문제 삼는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뇌를 멈추고, 이 "거대한 변화(大化)"의 한 가운데 서 그것을 타는 것 뿐이다.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 더 이상의 고뇌를 멈추고 때가 오면 편하게 맞이하라.



자세히 보면 몸과 그림자가 고뇌하는 주제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이 단일한 한 신체의 필멸성에 대해 고뇌한다면 그림자가 고뇌하는 것은 관계의 필멸성이다. 여기서 정신은 필멸성 그 자체를 그들에게 보이며 고뇌를 종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압운은 맨 처음 몸의 시에서만 좀 나오다가 이후에는 자수 빼곤 다 자유로운 듯 보인다. 아무래도 처음 시가 큰 주제를 던지니 그런걸까.)
  



내 생각엔 역시 대부분의 풍류시조 시인들은 여기에 못 미치는 것 같다. 대개 그들에겐 자연의 영원성과 인간 삶이 합일할 수 있다는 낙관이 깔려 있는데, 그들의 명료한 사상적 기반이 이걸 정말 지나치게 당연한 전제로 만들어서 시 자체의 호소력이 약해지기 십상이다.




도연명은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고민 끝에 우리를 영원과의 합일의 길로 이끈다. 그 주제에 대한 사유는 여기서 훨씬 더 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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