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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단편중에 1티어라서 소개해봄


젊고 반항적인 연인들의 열정이 지루함과 노고라는 느릿한 파멸을 맞이하는 과정


어떻게 보면 보편적일 정도로 오래되고 진부하지만


잔인할 정도로 그들의 운명을 달관하는 화자의 태도는 헤밍웨이가 생각나는 허무한 감정을 글에 베이게 하더라


딱 3페이지, 대략 1500단어로 연인들의 만남을 그려나가는데


딱딱 끊어지는 단문도 그렇고, 수많은 생략이 오히려 글의 허무한 감정선을 돋보이게 함


예를 들어 이런식으로:


그는 와인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핀다. 그리니치 빌리지 혹은 웨스트 사이드. 그것은 분명 그 둘 중 하나거나 소호 혹은 몬트마트레 일 것이다. 잠시 후 그녀는 작은 피루엣을 돌고 그는 화장실 거울 앞에 일어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다. 같이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다. 여자는 임신한다. 그녀는 임신했고 그들은 의사에게 낙태를 묻는다.


내가 대충 번역한거라 뉘앙스가 온전히는 못 살겠지만 하여간 이런 식임. 만남과 임신이라는 두 사건 사이의 거리를 없애버리는데, 이건 독자로 하여금 그 빈 공간을 상상하게끔 하는게 아니라 굉장히 직관적인 진부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다가올 권태를 무심하게 암시함.


그리고 그 권태와 따라오는 파멸도 제대로 묘사되지 않고 몇 문장으로 처리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더니 웃는다. 그들은 아기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해변을 따라 쫓는다. 그들은 사구 뒤에서 입을 맞추고 집에 간다. 그는 바퀴벌레를 죽인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하는 삶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해피엔딩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지만 전문 읽어보면 저 마지막 두 문장에서 개좆됨을 느낌. 남자랑 여자는 끽해야 고등학생이고, 형편이 좋기는 커녕 아기가 원망해도 할 말 없는 결정을 한거라 저렇게 행복한 상황을 독자들은 전혀 축하해 줄 수 없음.


더군다나 시종일관 적대적으로 묘사되는 양 쪽 부모님들과 경찰이 하는 말이 구구절절 맞으니까 제발 말 좀 들으라고 하고 싶지.


그리고 화자는 이 모든거를 들어 본 이야기지? 라는 식으로 달관하니까 이름, 얼굴 없는 3인칭 화자인데도 인격이 있는 거 마냥 괜히 얄미워지더라.


하여간 지리는 이야기임. 헤밍웨이나 잃어버린 세대 좋아하면 추천. 드릴로가 그들의 방식을 나름 모방해서 꽤나 괜찮은 결과물을 낳은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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