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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술술 읽힌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문체라 페이지가 굉장히 잘 넘어간다. 그런다고 내용이 너무 얕지도 않다. 일본의 역사, 정치, 사회, 경제, 외교를 한번 제대로 정리하는 느낌이다.


2. 국화와 칼 이래로 보통 일본을 총체적으로 다룬 책들은 서양이나 한국이나 문화적 차이에 주목해 일본의 특이한 문화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문화보다는 차라리 역사에 주목해 일본 사회가 그렇게 된 원인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제묵의 굴레는 문화의 굴레가 아닌 과거의 굴레이다. 일본의 위계질서 중시, 의무와 의리, 다테마에보다는 이러한 사회를 빚어낸 에도막부의 생활상, 메이지 유신기의 정치체제 성립, ghq 개혁의 한계, 좌익을 배제하고 고도성장을 하기 위한 시스템 등을 더더욱 중시한다. 다만 저자가 문화적 관점을 틀에 박혔다고 여겨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미 일본 문화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면 장점으로 다가오겠지만 관련해서 지식이 없다면 다른 책도 병행해서 읽기를 추천한다.


3. 저자는 일본 츠쿠바대 MBA에서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인이기 때문에 경제 분야가 굉장히 충실하게 설명되어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특히 전후 일본을 설명할 때 경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크나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경험 곡선에 근거한 관료 주도의 고도성장 매커니즘, 버블의 원인과 붕괴 후 대처, 아베노믹스 등을 충분히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4. 역사와 정치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높다. 여태껏 읽어본 일본 통사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쉬우면서 사건의 파급효과나 사회 문화적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주제를 건드린다. 특히 다나카 가쿠에이 이후 현대 정치사는 겉으로는 굉장히 혼란스러우면서도 막후 실세와 내부 실제 정세가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이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예전에 <일본 전후 정치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중립적인 책이었지만 그만큼 사건의 해석이 결여되어 있는게 단점이었다. 이 책은 오히려 정황 해석에 중점을 두며 정치사를 설명한다.


5. 트리거 워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자가 일본을 사랑하고 한국은 잘 모르는 미국인이다보니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거나 급발진 할만한 구절이 한번씩 등장한다. 저자는 미국이 일본을 '준식민주의적'으로 지배하는 데에 비판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극우파의 야욕에 비판적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보통국가화와 재무장을 지지한다. 일본 내부 정치적으로는 오자와 이치로와 하토야먀-간-노다 시기 민주당 정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저자가 현재 일본에 필요하다고 보는 복지국가 경제개혁, 정치인의 관료 통제를 통한 책임 소재 명확화, 미일관계 재정립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세부 구절로 들어가자면, 한국 좌익 입장에서는 반일 시위를 2.26 쿠데타의 젊은 극우 장교들이랑 비교한 장면과 보통국가화가 일본의 건전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서술한 부분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한국 우익 입장에서는 미국의 세계 정책을 지속 불가능한 몽상에 불가능하다 폄하하는 부분이나 천안함 사건이 하토야마 정권에 준 타격을 서술하며 북한 공격의 진위를 의심하기도 하는 부분이 역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서평만 보고 독서를 포기하기보단 책 후반부에 수록된 한국어판 서문을 한번 읽어보고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바란다. 만약 이견이 있더라도 넘길 수 있다면 읽어보는 쪽이 더 이득일 것이다.


6. 저자의 주 관심사는 일본이기 때문에 한국을 잘 모른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관해서는 꽤나 잘 아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이 최근 일본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분(명확한 책임 소재, 국제화된 엘리트, 실수를 용인하지 않는 극한 환경)에 관한 분석도 날카롭다. 그리고 한국 경제 시스템 자체가 일본과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 관해 알기 위해서도 한번 읽어볼만 하다. 그리고 일본을 굉장히 잘 이해하지만 (일본의 텅 빈 다테마에 느낌이나 한국의 감정적인 느낌이 아닌) 미국식 문체로 서술하는 책의 특성상 한일간 이견이 있는 부분의 일본 측 속 생각을 제대로 알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 공론화에 관해 과거의 섹스관광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도 떳떳한거 없는데 왜 물고 넘어지냐, 성 문제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불문율을 어긴 것에 화나지만 겉으로 이를 말할 수 없어 짜증낼 뿐이다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