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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심>을 읽은지는 시간이 좀 지났다.
다시금 한번 생각해보았다.
부잣집 딸로 태어난 은휘였다.
그녀의 삶은 재우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바이런 시집을 좋아하는 그 남자에게 대뜸 빠져버렸다.
철학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재우.
사랑에 빠진 은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맑스 따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재우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다"라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가히 사랑병이라고 할만하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로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진절머리 나는 집안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기에
사랑이 아닌 그저 숨구멍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은휘가 재우에게 협박 하듯이 결혼을 강요하는 모습.
그건 사랑이라고 하기 힘들어보인다.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혐오하는 집안과 하루빨리 작별하고 싶은 이기심에 가까워 보인다.
재우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렇게 허겁지겁 집안을 탈출하고 부터는 고생길이 열린다.
부잣집 딸이었기에 받았던 모든 대우는 사라진다.
본디 결혼 예정자였던 박동빈.
그는 또 얼마나 황당했을까?
내가 보기에는 그는 진심으로 은휘를 사랑했던걸로 보인다.
훗날 끝까지 은휘가 살아있기 바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만약 정말로 그가 계집질이나 좋아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면
은휘도 그저 수많은 계집 중 하나일 뿐인데
구태여 그런식으로 살아있기 바랄 이유가 없다.
그러던 중 결국 재우는 총독부의 눈에 걸려 작살이 난다.
모진 폭행과 고문에 폐인이 되버린다.
그러자 당장 생활고가 시작된다.
은휘가 돈을 벌려고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집안의 골칫거리 였던 오빠의 행적이 걸림돌이 된다.
아무도 그녀를 써주지 않는다.
그녀가 그렇게 도망치듯이 재우와 결혼하지 않고
끝까지 집안을 지켰더라면
그런 어이없는 생활고를 맞이할 일도 없었다.
가령 오빠라는 작자가 가산을 들고 튀었더라 하더라도
그녀는 이미 박동빈과 결혼한 몸일테니
추호에도 그런 생활고를 맞을 일은 없었겠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그녀는 창녀가 된다.
신념과 철학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사람도 결국 먹지않으면 죽는 동물인 것이다.
폐인이 되어 멍하니 누워만 있는 재우가 굶어서 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돈을 벌기에는 여의치 않다.
이미 총독부에 찍혀버린 은휘를 구태여 찾는 고객마저 없다.
그렇게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때 박동빈이 나타난다.
자신과 데이트를 해주면 일주일치 식량을 살 돈을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절대 죽지 말라고 은휘에게 말해준다.
은휘는 받아들인다.
박동빈에게 안겨서 얻은 돈으로 재우를 먹이는 삶이 반복된다.
결국 재우는 어느날 거리로 뛰쳐나가버린다. 기별도 없이.
소설은 "나 연애까지만 유쾌했어요" 라는 은휘의 독백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얼핏 보면 사랑으로 재우를 계속 보살핀 것 같지만
마지막 독백을 보거나 중간중간 재우탓을 하는걸 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닌 것 같다.
집안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듯이 결혼했다.
그래서 행복해졌는가? 개뿔. 끝도없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은휘가 불쌍하기보다는 참 바보같다는 느낌도 든다.
진정으로 불쌍한 사람은 재우가 아닐까
그간 재우의 직장을 총독부는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은휘와 결혼을 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단이 난다.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박동빈이 뭔가 수를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지옥문이 열리고 버티지 못한 은휘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자신이 그 지옥을 끝내줄 사람이라고 각인 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 내 와이프의 자리가 원래 네 자리였어" 라고 말이다.
박동빈 그도 집안의 사정으로 인해 도망친 은휘와의 결혼을 포기한 듯 보였지만
완전히 그 마음까지 버리지 못하고
그녀를 얻고싶은 욕망이 남아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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