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말한대로 집필 때에는 항상 그 다음 쓸 내용의 juice를 남겨놓고 하루하루를 보냈던터라 삶의 원동력을 매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장편을 다 쓰고 나니 마음이 허탈하고 되려 심란해졌습니다. 


독서도, 영화감상도 모두 부질 없는 헛깨비들 같아보이고 


그나마 산책을 다니면서 나는 누구인가? 내가 쓴 소설은 도대체 무언가? 질문하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어버린 듯해서, 회사에서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컴퓨터와 타자기를 부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냥 바닥에 눕고 싶은 욕망이 듭니다. 


숙원하던 장편을 완성했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드디어 끝냈다라는 성취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너저분한 피로함과 불만,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