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맑은 새벽이라 아무런 일 없어


옷깃 풀어 헤친 채 서재에 앉았더니


어린 종은 뜰을 쓸어내고


다시 고요히 사립문을 닫는구나


조용한 돌계단엔 풀이 자라나고


꽃핀 동산엔 좋은 나무 흐드러졌네


살구꽃은 비 온 뒤에 드물고


복사꽃은 밤사이에 한창이라


향기로운 눈처럼 붉은 벚꽃 나부끼고


은빛의 바다처럼 흰 오얏꽃 굽이치네


고운 새들 스스로 자랑이나 하는 듯


아침 햇살 아래 무어라 울부짖는구나


빠른 세월 잠시도 머무르지 않기에


그윽한 마음은 애달프기 짝이 없어


서울에서 삼 년째 새봄을 맞이하네


옹색하기가 마치 멍에 맨 나귀 같아


실없어라 마침내 무슨 이익이 있었던가


아침저녁으로 생각하니 임금 은혜 부끄럽네


우리 집은 맑디맑은 낙동강 주변이요


희희낙락 즐거우며 한가로운 마을이라


이웃들은 모조리 봄 농사로 나가고


닭과 개가 집에 남아 울타리를 지킨다오


고요한 책상머리 책들은 쌓여 있고


봄 안개는 나지막이 강과 들을 감돌리라


시냇물에 노니는 건 고기와 새들이요


소나무 아래에는 학이며 잔나비들


즐겁구나! 그 산골에 살아가는 사람들


나도야 돌아가 전원을 즐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