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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옛날에 읽다 포기했었음. 막 어렵진 않은데 밀도가 높다고 해야되나...만연체인데, 이야기들이 얽혀있어서 한문장 한문장 허투루 읽을 수 없어서 좀 힘들었던듯? 이번엔 걍 시간 많이 나서 하루에 길면 100페이지 짧으면 한쳅터만 읽으면서 천천히 집중해서 읽으니까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가계도 따라가는게 어렵지는 않았음.
초반부 미친 꿀잼~후반부 별로라는 평이 많던데ㅠ 이건 가계도 중간에 놓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ㅠ 쌍둥이 파트에서 좀 헷갈리긴 하잖아...내가 너무 좋게 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수도 있는데 꼭 후반 간다고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느껴지진 않았음. 작품 구조 자체가 부엔디아 가문의 고독함과 몰락을 그린거고, 초반의 떠들썩함이 사라지면서 거기에 가려졌던 고독함만 드러나는 후반부가 나는 더 숨막히고 좋았음.
또 이 책의 미칠듯한 밀도와 정보량은,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엄청난 매력포인트. 부엔디아 가문의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떤 한 사람의 얘기도 허투루 다루지 않아서 모든 인물들에 정들어버림. 그나마 존재감이 적었던 사람이라면 산따 소피아 정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나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당연히 극 중앙에 위치하니까 그렇다 치고, 아마란따나 메메,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까지 한명한명 생각하면서 진짜 질질 짜면서 읽었음...너무 슬퍼 진짜. (개인적으로 아마란따가 젤 좋았음)
소설 자체가 처음부터 결론을 암시하고, 예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미래가 정해져있다는 분위기를 자꾸 풍기고, 각각의 챕터들 조차 미래에서 회상하는 구조를 취하면서 책 자체가 사실 꽤 건조하긴 함. 운명론적이고 묵시록적인 구조 속에서 작게는 부엔디아 가문과 마꼰도의 크게는 콜롬비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적인 역사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지고 결코 바뀔 수 없던, 마치 정해진 철도를 열차를 타고 달리는 듯한 기분은 정말 분위기를 고독하게 만듦. 하지만 그 속에 생생히 맥동하는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의 어떤 독특한 삶에 대한 열정과 타오르는 사랑 같은 것들이 만드는 리듬감이 섞이면서 진짜 묘한 매력을 줌. 물론 이야기를 서술하고 서사를 만드는 방식도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지만, 그걸로 만든 온갓 얽히고 섥힌 이야기와 감정들, 사람과 사건들 사이의 리듬감이 진짜 마술적이라고 생각함.
아무튼 백년의 고독...정말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