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오남용
먼저, 이 소설이 통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소설 속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또 2006년에 10.22퍼센트였던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꾸준히 그러나 근소하게 증가해 2014년에 18.37퍼센트가 되었다. 아직 열 명 중 두 명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통계의 대상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마치 모든 기업을 전수조사 했는데, 여성 관리자가 20%에도 미달하는 듯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해당 자료는 공공기관과 민간 50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한 자료일 뿐이다. 민간 종사자의 92.7%는 50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지 않으므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여성 관리자가 20%에 미달한다는 게 정확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다음 구절을 살펴보자.
직장을 그만둔 여성의 절반 이상이 5년 넘도록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렵게 재취업하더라도 직종과 고용 형태 면에서 모두 하향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 이전의 직장과 비교해 보면 (중략) 제조업과 사무직이 줄어드는 반면 숙박, 음식점업과 판매직은 늘어난다. 임금 여건 역시 좋을 리 없다.

역시 이 또한 통계의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새 일자리를 찾지 “않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경력 단절 여성”은 비경제활동인구, 다시 말해 아예 구직을 시도하지 않는 인구를 포함한 개념이다. 해당 통계는 여성 전체의 고용률 향상이라는 것을 목표로 잠재적인 노동 인력을 확인하고자 작성된 자료이지, 취업을 원하지만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다. 이에 근접한 자료는 여성 실업률일 것인데, 이 “여성 전체 실업률”은 2000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살펴 보았을 때, 남성보다 낮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나타낸다. 이를 바탕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취업 희망 여부”를 감안한 경력 단절 여성의 집계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대한민국에 그 정도 경제력을 갖춘 30대는 극히 일부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나르고, 남의 손톱을 정리하고, 마트와 백화점에서 물건을 파는 엄마들이 더 많다.
이 부분도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역시 같은 출처의 자료인데, 작가는 대부분의 30대 여성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노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앞서 언급한 통계 자료에서는, 재취업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과 비교해 임금의 73.2% 수준을 받는다고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작가는 30대의 취업 상황과 그 노임에 대한 별도의 자료를 제시하거나, 해당 구절을 수정했어야 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작가는 계속해서 통계를 인용하면서도, 자신이 주장하는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음의 구절을 보자.
김지영 씨가 태어났던 1982년에는 여아 100명 당 106.8명의 남아가 태어났는데, 남아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1990년에는 116.5명이 되었다. (중략) 남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는 부족했다. (중략) 김지영 씨가 입학하던 해에 학교는 남녀공학으로 전환되었고, 김지영 씨의 학교를 시작으로 몇 년 사이 다른 여중과 남중도 모두 남녀공학이 되었다.

그러나 한 논문은 남녀 공학으로 학교들이 전환된 주요한 이유가 중학교 무시험 진학, 그리고 평준화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비추어 보았을 때, 작가의 주장이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다음 구절도 마찬가지이다.
윤혜진 씨는 좀 비관적이었다. 김지영 씨보다 학점도 높고, 토익 점수도 높고, 컴퓨터 활용 능력이며 워드프로세서 같은 취업 필수 자격증들도 있고, 솔직히 기업에서 더 선호하는 전공인데도 대기업은커녕 월급은 제때 나올까 의심스러운 곳에도 취직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중략) “그 선배들 거의 남자잖아. 너 여자 선배 몇 명이나 본 것 같아?” (중략)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중략) 김지영 씨가 졸업하던 2005년, 한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10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채용 비율은 29.6퍼센트였다. 겨우 그 수치를 두고도 여풍이 거세다고들 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최근 초혼 연령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20대 남성의 실업률보다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성의 실업률이 더 높게 집계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인용한 해당 자료에서도, 두 회사의 신입사원이 60%나 여성이며, 취업자 통계 증가분의 68%가 여성인 점,  조사 100개 기업의 여성 채용 비율이 29.6%였던 점을 함께 고려하여 여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모두 고려했을 때, 취업에서의 여성 성차별은 작가의 생각과는 다른 양상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작가는 자신의 추론을 뒷받침하는 논문을 찾아 제시했어야 한다.


결국 이 책에서의 통계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적 장치로 보인다. 실제 판단의 근거가 되기보다는 책을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장식하고, 또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주장을 검증된 양 제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책의 내용이 “실제로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접근이고, 또 비윤리적이므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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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별 불만 없고 타이밍에 장작 잘 넣은 것만으로도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통계의 의도적인 왜곡으로 인해 쉴드 씌어주는 게 불가능해짐.


https://minam.neocities.org/contents/82%EB%85%84%EC%83%9D_%EA%B9%80%EC%A7%80%EC%98%81.html



걍 검색해서 들어간 곳에서 긁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