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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한 집안 출신 젊은이가 부잣집 딸 물어서 팔자 고쳐보려는 작품은 흔하지. 최소한 연애 구도에 있어서는 이 작품도 예상에서 그리 벗어나지는 않아. 역자가 대놓고 쥘리앙 소렐 언급할 정도면 뭐...
그렇지만 이 책이 두드러지는 지점이 있다면 이런 진부해 보이는 인물관계를 1950년대 후반 스페인 사회에서 빈발하던 학생운동 및 상이한 계급의 동상이몽과 솜씨 좋게 접합시켜 놓았다는 거지.
여주인공 떼레사는 남주인공 마놀로에게 느끼는 애정이 '지하 노동운동조직의 유능한 조직원(착각이지만)'에 대한 경외에서 오는 것인지 매력적인 남성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지.
떼레사와 학생운동 멤버들은 몸으로 부딪혀 현실을 알려고 하지 않고 막연히 빈민층을 이상화하며 그들처럼 되고 싶어해. 그렇지만 정작 마놀로를 비롯한 없이 사는 이들은 학생운동 멤버 상당수가 속한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는 것으로 묘사되지.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는 무려 프랑코가 20년째 집권을 이어 오던 시기라 이를 사회주의 이념의 언어로 비판-일제강점기로 거칠게 예를 들면 카프 계열이랑 성격이 유사할 듯-하는 작품이 문단의 주류를 이루었다고 해. 그렇지만 이 작품은 문학 그 자체보다 이념과 현실 개조에 방점을 두는 당대 세태를 비판하며 스페인 현대 문학의 흐름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해.
곧 이베리아 반도로 여행가는데 바르셀로나가 배경이라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됐는데 괜찮았어.
중남미 문학은 여러 작품 읽어봤지만 스페인 본토 현대 문학을 접한 건 처음인데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종종 읽어볼 듯.
창비 된소리 표기도 스페인어 공부해보니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읽는 데 큰 지장을 느끼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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