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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다고?



장르 얘길 좀 해보자. 


SF에서 가장 중요하고,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고, 독자 기대감을 유발하는 장면이 어딜까?

다른 지적 생명체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도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겠음?


고전이 된 ET의 손가락 접촉 장면, 테드 창이 오지게 잘 묘사해서 영화화도 잘 된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콘택트> 속 

통시적으로 시간을 파악하는 다족류 외계인과의 소통, <프로메테우스> 속 엔지니어를 만난 순간의 경악, 

연타석 홈런 치고 있는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해일메리> 속 커엽고 똑똑한 암석 절지류 외계인과의 만남 등등..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장면들이 참 많다. 


새로운 세계, 존재에 대한 동경, 경이, 호기심을 표현하는 문학이 SF니까, 

이 장르의 핵심적 재미가 저 장면 안에 응축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페미로 뜨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욕먹을 작가는 아니"라고 변호되는 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속 한 단편을 보자. 

역시 인간이 처음으로 외계인을 만나는 장면이니까. 


주인공이 우주선 고장으로 불시착한 외계 행성에서 이족보행하는 외계인을 발견한다. 


[외계 지적 생명체 접촉 매뉴얼]을 복기하는 그.


우와.. 이런 설정도 했구나, 2020년대의 SF 답다 싶다.

당연히 "아이작 아시모프" 시절보다 발전되고 체계화된 내용이 있겠지? 

독자의 기대감은 상승한다. 


자, 아래가 작품 속 메뉴얼의 내용이다.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위협이 없는지 확인하고 침착하게 접촉한다.]



이게 다다. 


뭐, 시바. 


이게 다라고. 농담 아니라 이게 정말 다임. 


내가 오죽 충격 받았으면 저걸 읽은 지 1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시점에 저걸 다 기억하겠냐고. 

 

저딴 과정을 거쳐 주인공은 아무런 위험이나 소통 오류 없이 외계인과 대화하고, 

우주 전체에 통용되는 제1진리인 페미니즘과 소수자 포용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연대하는 해피엔딩생쇼가 이어진다. 


존나 SF답지 않냐? 존나 아름답네. 


니네도 책 읽을 땐 [앞 페이지에서 뒤 페이지로. 뒤에 코딱지가 없는지 확인하고 침착하게 읽어나가라.]

이렇게 쓰는 게 K-SF작가고, 저딴 걸 보고도 감탄하는 게 K-SF 독자들이니까. 


저분들 일상생활은 가능할까? 아, <일상생활 영위 매뉴얼>이 있으니까 문제 없겠구나. 

[오른 발을 내딛고 왼발을 내딛는다. 전방에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며 침착하게 반복한다]

따위로 가득한 성서 같은 걸 연대 속에 공유하고 계신가 보네. 


어쩐지 다들 상도 잘 타고 책도 잘 팔더라. 

<K-문학에서 인정받기 메뉴얼> 도 있겠지?

내용은 아마도 

[앞 페이지에서 뒤 페이지로. 에슐리 르 귄 파쿠리가 복사 붙여넣기 수준이 되진 않았는지 확인하며 침착하게 페미, 소수자 연대를 첨가한다] 겠지. 


저딴 활자조합물로 나무 죽이고 매대 차지하는 인간이 뭐?

하드SF계의 파운딩파더, 아시모프를 두고 "수십 년 전 글이지만 그다지 녹슬지 않았다" 운운한다고?

고등래퍼 예선 탈락한 힙찔이도 투팍한테 저딴 소릴 하면 욕 처먹음. 

리스펙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 부족이잖아. 


거인들의 어깨에 서지 못했으니, 그들도 SF 문학도 이해하지 못했으니

저딴 100년 전 허버트 조지 웰스 글만도 못한 걸 쓰고도 뻔뻔할 수 있는 거임. 


재능없는 작가보다 더 나쁜 게 본인 글에 대해 자만하고 만족하는 작가고

그런 글싸개를 양산하는 건 똥된장 구분 못하고 학력, 프로필 사진, 개인사 보고 빨아주는 독자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