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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냉전 초기 미국과 독일 사이의 관계는 다소 일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대전 후 초토화된 독일을 미국이 냉전 이데올로기를 위해 자유 진영의 상징으로 삼고자 상당한 투자를 했고, 유럽의 분단 국가로서 소위 '서구의 고환'을 수도로 삼게 된 독일은 그리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미국화되며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 다시 한 번 민주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이러한 도식은 당시 미국-독일의 외교적 관계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틀리진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 흐름, 미국이 독일에게로 흘려보낸 흐름이 과연 얼마나 독일과 독립적이었는가? <바이마르의 세기>는 기실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바이마르>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계 망명자들이 어떤 식으로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영향을 주었고,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초기 냉전이라는 도식을 형성하게끔 했는지를 추적한다. 그 방향성은 망명자들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공통점을 하나 들 수 있다. 이들은 바이마르 공화국이라는 민주정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지켜보았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를 어떤 식으로 수호하고 옹호하며, 반대자들을 무찌를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거쳤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하여 아군과 적이라는 칼로 자른 듯한 이분법적 구분에도 너무나 치중했다.


그로부터 한참 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있어서, 이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방식은 사실 어떤 의미로는, 오히려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방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국가적 동원 및 반공을 위한 극단적 민중 탄압, 비민주주의 세력에 대한 선행 공격 등, 상당히 살벌하고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방법론에 가까운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모든 이론들은 2차 대전 이후, 소련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가며 미국을 통해 전세계로 살포되었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현재까지도, 많은 전후 세계의 구조들의 기반이 되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광복 직후 대한민국의 수립 및 골조 건설에 있어 독일 망명 이론가 중 한 명이 굉장히 방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비록 책에서의 논조는 다른 망명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과대망상적인 이론가가 전후 한국을 자신의 이론의 실험장으로 삼았는가, 와 같은 비판에 가깝지만, 그 전후 한국의 기틀 속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그런 비판이 영 와닿지가 않는다. 나라의 분단에 대해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 역시 한몫을 할지도 모른다.


P.S. 다른 분야의 책에서도 누누히 모습을 드러내며, 구리안, 뢰벤슈타인 등의 정치 이론가들이 제 이론의 으스스한 뒷배경으로 삼고 있는 카를 슈미트. 언젠가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그 악명에 번번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