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해서 오후 지하철에서 끝냈다. 이런 식의 글쓰기 스타일을 가진 작가를 몇몇 안다. 자신의 사전지식을 자신만의 주관적인 개념으로 엮어, 독자들이 자신의 의식흐름을 쫓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책 안에서, 마치 신자유주의 사회가 쫓는 욕망은 리추얼의 종말을 만들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 밖의 세상은 한병철의 좁은 시야 밖에 있다.

오래된 종교공동체의 리추얼을 따르며 사는 오래된 삶이 과연 우리에게 더 행복하고 익숙한 삶일까. 평생 강단에서 공부와 강의만 해온 철학자가 이리 편하게 단정할 정도로, 인류가 과학기술로 만든 문명이 처참한가. 오두막에 처박혀 세상을 이해한 것처럼 말하는 모든 철학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앨런 제서노프가 말한, 뇌본질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길 포기한 철학자는, 철학자가 아니다. 이 정도 글이면 이런 책에 대한 찬사로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