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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집은 비었고, 문들은 잠기고, 깔개들은 둥글게 말려 있었기에, 길 잃은 실바람이 막대한 군대의 전위대처럼 사납게 휘몰아쳐 들어와서 텅 빈 식탁을 스치며 조금씩 물어뜯고 부채질했어도, 침실이나 응접실에서 펄럭이는 커튼과 삐걱거리는 목재 가구, 식탁의 드러난 다리들, 이미 물때가 끼고 변색되고 금이 간 스튜 냄비와 도자기를 제외하고는 바람에 저항하는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버리고 남겨 둔 것들(신발 한 켤레, 사냥 모자, 옷장에 남은 빚바랜 치마와 코트), 이런 것들만이 인간의 형체를 간직한 채, 한때 그것들이 인간의 몸으로 채워져 활기를 띠었으며, 그 후크와 단추들을 채우느라 손들이 분주했고, 거울에 얼굴이 담기고 세계가 담겨 있었음을 그 허허로움으로 알려 주었다. 어떤 사람이 몸을 돌렸고, 갑자기 손이 나타났고, 문이 열렸고, 아이들이 뛰어들어와 뒹굴다가 다시 나갔던 그 세계는 텅 비어 사라졌다.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