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흘류도프는 피고석에 앉아 있는 청년의 병약하고 겁에 질린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활고 때문에 시골에서 도시로 온 저 젊은이에겐 그를 불쌍히 여겨 생계비를 지원해줄 후원자가 있어야 했다. 하다못해 도시가 낯선 저 젊은이가 공장에서 열두 시간이나 일한 뒤 선배들의 꼬드김에 넘어가 술집으로 향할 때 “바냐, 가지 마. 그건 좋지 않은 거야” 하고 말해줄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랬다면 저 젊은이가 술집에서 잡담으로 시간을 버리는 일도,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젊은이가 도시에서 기술을 배우며 한 마리 짐승처럼 살아가는 동안, 이가 들끓을까봐 머리를 빡빡 밀고 숙련공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동안, 그를 불쌍히 여긴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반대로 그가 도시에 살면서 선배나 동료 들한테서 들은 말이라고는 거짓말 잘하고 술 잘 마시고 욕과 싸움질을 하며 방탕하게 사는 사람이 최고라는 것뿐이었다.

혹독한 노동과 음주, 방탕으로 망가진 저 젊은이가 정신병자 혹은 몽유병 환자처럼 얼빠진 상태에서 목적 없이 도시를 방황하다가 어리석게도 어느 집 창고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아무 쓸모도 없는 카펫을 훔쳐 나왔다면, 유복하고 교육받은 우리는 저 젊은이를 현재 상태로 몰고 간 원인을 없애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그를 처벌함으로써 사태를 바로잡고자 한다.

끔찍하다! 잔혹함과 부조리함이 무엇이 먼저랄 것 없이 도를 넘고 있다. 둘 다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백승무 옮김,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