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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읽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영문판 번역은 정말 훌륭하더군요.


사라마구 : 오랫동안 제 책의 영문판을 번역해주던 조반니 포르치에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언제였나요?


사라마구 : 지난 1996년 2월에 에이즈로요. 포르치에루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번역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책은 마무리했어요. 번역이 끝나갈 무렵, 그는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실명하는 대신 생명을 좀 더 유지하는 것과, 약을 거부하고 실명하지 않는 대신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 중에서 선택했어야만 했지요. 그는 시력 유지를 선택했고, 그 와중에 눈먼 자들에 대한 책을 번역하였습니다. 끔찍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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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가 영어로 훌륭하게 번역되지 않았다면, 그의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는 속도도 좀 느려졌겠지. 창작자보다 번역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니, 번역자가 좀 더 오래 사는 쪽을 택했더라도 결국 번역은 됐을 테지만.. 


실명과 함께 인간성까지 잃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번역했던 사람이, 자신의 남은 삶을 걸면서까지 '보려' 했다는 사실 자체도 굉장히 문학적인 사건이다.


한국어판은 정영목씨가 번역자인 걸로 봐선 아마도 '조반니 포르치에루'가 했다는 영역본을 중역한 게 아닐까 싶다. 정말 그렇다면 나도 이 위대한 번역가에게 빚을 진 셈이네. 고맙습니다, 조반니씨.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