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혼자서 전차를 타면 차장이 무섭고, 가부키 극장에 가고 싶어도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현관 계단 양쪽에 죽 늘어서 있는 안내양들이 무섭고, 레스토랑에서는 등 뒤에 조용히 서서 접시가 비기를 기다리는 웨이터가 무섭고, 특히나 돈을 치를 때 아아, 그 어색한 손놀림. 저는 뭔가를 사고 나서 돈을 건넬 때면, 인색해서가 아니라 너무 긴장하고 너무 부끄럽고 너무 불안하고 너무 두려워서 어찔어찔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거의 반쯤 미친 것처럼 되어, 값을 깎기는커녕 거스름돈 받는 것을 잊어버릴뿐더러 산 물건을 갖고 오는 것을 잊은 적도 종종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도저히 혼자서는 도쿄 거리를 다닐 수가 없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온종일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보내던 그런 속사정도 있었던 것입니다. - < 인간 실격, 다자이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중에서
지금은 상상도 안가는데 내가 20대 초반에 대인기피증이 매우 심했거든? 근데 대학을 타지에서 다녀서 혼자 자취를 했단 말이야. 대학 수업이야 대형과여서 혼자 가서 조용히 들으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편의점이나 마트 가는게 너무 두려웠어. 사람이 살려면 음식은 사야하잖아? 물건값을 계산할 때 마트 점원, 편의점 알바와 하는 아주 짧은 교류, 교류라고 하기도 뭐한 그 행위가 너무 두려워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 식은땀이 났던 기억이 나. 자취방을 나서는 것조차 겁이나서 가야지.. 가야지.. 계속 마음 속으로 되뇌이다가 음식이 다 떨어질 즈음이 돼서야 겨우 나갔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긴장감, 돈을 건낼 때의 어색함, 내 팔다리의 볼썽사나운 움직임, 감사합니다를 말한 뒤 너무 작게 말하진 않았나 솟아오르는 후회.. 이제는 막연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리도 두려웠을까?
다자이 오사무의 위 구절을 그 시절에 읽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나. 이건 상상으로 쓴 묘사가 아니야.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거야.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이건 대인기피증을 가진 사람을 관찰하고 쓴 것일 수 없어. 관찰한 것을 썼을 때 생겨나는 미묘한 불일치가 여기에는 없어. 이런 생각들 속으로 빠져들어가며 나는 어느새 다자이 오사무와 내가 시간을 초월해 모종의 무언가로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들었어. 그리고 내가 겪은 것을 다른 이도 겪었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묘한 안도감 같은 것도 들었음. 인간실격을 읽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기 이야기라고 한다지만, 저 구절은 정말 내 이야기 같았어. 신기한 경험이었지.
그냥 갑자기 이 말이 하고 싶어져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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