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러시아 공산혁명 당시 반혁명세력으로 의심받게 된 백작이라는 인물이 수십년간 호텔에 감금되서 생활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

내 독서경험이 짧아서 그렇겠지만 나는 살면서 그렇게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소설은 처음이었어.

한정된 공간 배경 때문에 시간에 따른 변화가 더 사무치게 다가오더라.

시간이 변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들 더더욱 인상깊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백작이 달변가인데다가 굉장히 의지가 강하고 유쾌한 인물이라 읽는 내내 주인공에게 매료되서 읽을 수 있었어.

그런데 백작한테 매료되기는해도 난 백작과는 달리 태생이 의지박약에 아는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정작 몰입되는 인물은 주인공인 백작이 아니라 악당인 비숍이더라.

적어도 이 소설에 있는 인물 중에 이해가 안되거나 평면적이라거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


다만 이 소설을 읽고 아쉬웠던건 내가 이 소설을 대학생때가 아니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때 읽지 못했다는거야.

거대한 호텔에 감금되서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고 겉으로는 자유로운양 돌아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묶여있는것이나 마찬가지인 백작의 신세가

꼭 우리나라 학생들의 처지와 조금이나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물론 그렇게 묶여 사는게 꼭 학생들만은 아니지만 말이야.


나도 그렇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 시기를 참 힘들어하는데, 환경에 지배당하지않고 환경을 지배하는,

언제나 한줌의 유머를 잃지 않고자 하는 백작의 태도는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데 여러모로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아.

신인작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게 참 대단한 것 같아.


하여간 그래서 결론은 츄라이 츄라이.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스포안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