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우 때문에 관악구 신림동 뉴스, 샤대 도서관 물 찬 거, 몇몇 건물 엉망된 거, 사람들 다친 거 보고 슬펐다

독갤에 와서 책 인증 사진 보는데 갑작 아주 예전에 관악구에서 집 찾으러 다닐 때 본 방 하나가 생각나네

부동산 아저씨가 몇 집 보여줬는데 그중 한 집 이야기야


그동네는 샤대 앞이라(고시촌) 샤대 학생들이 대부분 살고 있었어

근데 방문 하나를 열자 방 하나(좀 컸어)가 온통 책뿐이었어 마치 도서관 열람실처럼 방 가운데까지

일렬로 철제 책장이 6줄 정도 늘어져 있고 높이도 거의 천장에 닿을 것 같았어

그 방은 온전히 책을 위한 책을 모셔놓기 위한 책을 찾기 위한 방이었고

책상도 없어 오직 책장만 것도 회색 철제라 어찌 보면 감방 도서관 같기도 해서 낭만은 조금도 없었어

방 2개짜리 전세집에 방 1개가 다 이렇게 개인열람실처럼 온갖 책과 논문이 빽빽히 꽂혀 있더라


꽤 오래전이었는데도 그 광경이 떠오르네 머리 한쪽에 잘 박혀서 안 잊혀져

물론 그 집으로 이사가진 않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장식을 위한 것도 아니고(그러기엔 살풍경했음)

오직 자신에게 필요한 책만, 자료만 몇 년동안 모아놓고 철제 책장까지 맞춘 그 마음이

인상적이었지

슬쩍 책제목 몇 개 보니까 이 학생은 분명 동양사학이나 그 비스므리한 전공을 하는 대학원생 같더라

그 옆방은 책상1개 컴퓨터 1개 침대 작은 거 하나 옷 몇 벌 안 들어갈 작은 옷장 하나뿐이었는데

거의 수도자의 방 같았다


분명 지금쯤은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어 자기 공부에 매진하고 있지 않을까

이젠 이런 책이 있는 방을 가졌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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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임.



아무리 세상이 판검사니 변호사니 의사니 해도

돈 안 되는 인문학 공부에 매달리거나, 잘 안 알아주는 자연과학 공부에 매진하는 미친 영혼,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영혼은 늘 있었어

설령 나중에 후회해, 말한다고 해도 실은 알거야, 다시 태어나도 아마

그 공부를 하게 되리라는 걸


하루종일 고분 구덩이에서 붓질을 하거나 불상을 살피거나 오지의 동네에서 제사를 찾아다니거나

노인들의 어휘를 수집하거나 초파리 유전자 실험을 하거나 현미경을 들여다보거나 하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있어


그런 쓸모없어보이는 것들에 대한 공부가 우리가 인간임을 넓혀온 일일지도 몰라

폭우와 논문 표절을 보는 마음이 착잡해


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몇몇 쓰레기들이 아무리 그렇게 산다 할지라도

세상은 더 그렇지 않은 평범하지만 자신의 일에 집중해온 사람들로 움직여간다는 걸 기억하고 싶어

어제 강남에서 배수구를 손으로 파낸 아저씨나 높이 차오른 빗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뒤

별말없이 가버렸다는(물론 친구가 제보해서 인터뷰 기사 나왔지만) 우리 옆의 영웅들처럼


우리가 독갤서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런 것에 관심 있는 영혼들이었을거야

우리는 누구인가를 소설이나 책으로 말해왔지


*디씨갤 독갤에 안 어울리는 감상적인 글인 거 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지울게

그냥 책장 인증, 폭우 글 보다가 떠올라서 썼으니 욕하진 말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