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에 의하면, 사랑은 외적 원인에 대한 앎을 동반한 기쁨이며, 증오란 외적 원인에 대한 앎을 동반한 슬픔이다. 즉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너로 인해 내가 더 완벽해진다", "너는 나를 기쁘게 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만 "행복한 사랑은 없다"는 아라공의 유명한 시를 비롯하여 수많은 전설과 소설은 사랑의 비극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스피노자에게 있어 진정한 사랑과 소유욕은 별개의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타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불행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타자가 다른 이성을 사랑한다거나 내게 무관심하다는 사실에서 슬픔을 느낀다면 그 사랑은 결국 자기애나 자기 연민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을 소유와 이기적 정념이 아닌 자유와 행복의 가능성으로 파악한 스피노자의 사랑론은 소외와 고독의 문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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