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라면 이누야샤 작가가 단순한 이누야샤 작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소위 러브 코미디라고 불리는 '남성향 로맨스'의 포문을 이 여사님께서 여셨으니 말이다. 이번에 리뷰하려는 작품으로 루미코 여사님의 작품 중 가장 '덜' 일상물에 가까우며 스토리라인과 심리 묘사 등 어느 것 하나에서 거를 것 없는 최고명작, <메종일각>을 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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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라인은 대충 이렇다. 재수해서 잡대다니는 평범한(국평오) 대학생 고다이가 자신이 머무는 일각관의 관리인 쿄코에게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보면 알겠지만 쿄코도 극초장부터 고다이에 대한 연심을 몰래몰래 품고 있다. 그러면 바로 사귀면 될 것을 왜 그렇지 않는가! 첫 번째는 남주가 더어~~~럽게 우유부단하고 눈치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여주가 사별한 전 남편에 대한 미련을 못 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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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게이들의 반응이 두 가지로 예상된다. 첫 번째, 헐.... 어떻게 히로인이 비처녀임? 엿드시고. 두 번째, 쿄코가 불쌍하고 가련한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인가? 바로 여기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나온다. 전혀 아니다! 눈물을 질질 짜면서 과거 회상을 하기는커녕 전 남편 소이치로는 연재분 내내 사진으로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분량은 온통 고다이와 쿄코의 밀당 아닌 밀당으로만, 유쾌하고 왁자지껄한 내용으로만 가득차 있다. 스토리라인은 철저히 현재만을 주목하고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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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는 사랑이란 예쁜 꽃을 꺾기 위한 수작이 아닌 책임과 헌신임을 깨우치는데, 이는 작중 시점 내에서 충분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쿄코는 스토리라인 외의 사건(사별)에 대한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 필요가 있는데, 놀랍게도 이는 현재 시점에서 정신없이 구르면서(!!) 일어난다. 미래를 위해서는 고다이보다 잘난 미타카가 나을 수 있겠지만, 결국 쿄코에게 '현재' 가장 가까운 사람은 고다이다. 낡디낡은 주제지만, 결국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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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만화의 분량 70퍼센트 이상은 극한의 고구마 전개다. 연재 기간(1980~1987)과 실제로 흐르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기에,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 못하고 오해만 쌓여가는 전개로 1년, 2년이 훌쩍 지나가버리면서 독자들은 답답함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 답답함마저도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부분임은 진정 봐야만 알 것이다.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은 서로의 화려함이 아닌 한심함을 확인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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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로맨스 작품을 지극히 좋아하지 않는다. 웬만한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설레기는커녕 거의 보다 말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내가 보고 거의 유일하게 설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여주도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섹스 어필로 남심을 사로잡지도 않고, 남주도 잘생김이나 매력과 거리가 먼 인간이다. 캐릭터들의 바보 같음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진실로 그 어떤 로맨스보다도 비현실적이고 예술적이다!


+) 개인적으로 치킨에 맥주, 영화에 팝콘처럼 광석이형 노래 들으면서 읽으면 은근히 잘 어울렸음. 시대로는 광석이형이 한 몇 년 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