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손장원 작가의 <달이 내린 산기슭>입니다.
이름이 참 예뻐요. 이름처럼 그림체도 귀여운 신본격 지층 모에화만화이기도 하지만
이 만화는 K-이공계의 비애가 담긴 만화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만화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모에화하는 그런 양산형 불쏘시개들과는 다릅니다.
무엇이 이 만화를 특별하게 하는걸까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만화를 직접 읽어주시길 바라기 때문에 간략한 시놉시스만 언급해보자면
이렇게 자연령을 볼 수 있는 칙칙한 이공계 지질학자 '오원경'이
우연치 않게 지층(흥월리층)의 정령 '흥월리'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여태까지 속발음으로 '홍' 월리라고 부르고 있어네요
홍 월리 하면 사람 느낌이잖아요 흥 월리는 조금 진자 지명같달까...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인터넷서점
지구과학 시간에 지층이니 단층이니 배웠던 분들이라면 그래도 친숙하실 내용일 것 같아요.
이 만화는 요비스테나 진명(眞名), 김춘수의 꽃을 만화로 빚어낸 듯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국경처럼 지층에도 여기서부터는 여기까지가 국경이니 지층이니하면서 자연이 정해놓은 것이 아니고
그저 사람의 편의 따라 거기에 이름을 붙여서 정한 것일 따름이죠.
그런 다양한 전문적인 수준의 지층과 지질학적인 내용이 언급됩니다.
다만 작가 역시 전문적인 내용은 저렇게 각주로 '알 필요 없다'면서 친절히 안내해줍니다.
저런 각주 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할지도?
이런 전문적인 내용은 저자의 약력이 보증하죠.
작가의 약력을 보고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 나름의 속죄(?)나 이별의식이 아닐까란 생각에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오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작가님께선 이 작품 이후로도 계속 작품 활동(따뜻한 별의 파나, 가끔은 축구도 하는걸 등)을 하고 계시는데
정식연재나 단행본화 같은 좋은 소식이 너무 뜸해서 안타깝습니다.
K-SF 메카닉 디자인도 올리시는 것 보면 기대가 많이 되는데 말이죠
정령이 나오고 접신을 하는지 뭔지 이매망량을 썰어버리는 자극적인 K-전기톱맨 같은 웹툰보다
달이 내린 산기슭 같이 잔잔하지만 토속적인 K-사이언스모에힐링웹툰 한 뚝배기 어떠신가요?
단행본 발간이 2번이나 중단된 비운의 만화. 인기도 좋았는데 왜 그랬을까...
결국 E북으로 출판하는걸로 시마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