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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비의 왕인가?

  이전에 읽어 본 솔 벨로의 작품은 <오늘을 잡아라>뿐이고 이것이 내가 접한 그의 두 번째 작품이었다. 전작에서 느꼈던 건 미국 사회, 시대(50년대) 그리고 그 속의 평범한 사람의 혼란을 잘 그려냈다는 것. 그래서 이번 소설도 굉장히 미국적인 얘기겠거니 했다. 그래서 읽기 전에 의아했던 게, “비의 왕”이라는 게 도대체 현대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비의 왕”은 말 그대로 비의 왕. 얘기를 해보자면 책 표지가 큰 힌트가 되는데, 표지의 사진은 아프리카(또는 그저 어떤 자연)이다. 그리고 작중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도 아프리카로, 배경에 대해선 뒤에서 따로 다뤄보도록 하고. 여튼 앞서 했던 예측은 완전히 틀렸던 거다. 비의 왕은 미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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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헨더슨은 어떤 사람인가?

  정말 쉽게 말하면 20세기의 트럼프 같은 친구. 돈 많고, 키 크고, 덩치도 크고, 동부 사람이고, 성격... 은 잘 모르겠지만 생긴 건 머리 스타일 빼곤 다 비슷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헨더슨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까만 곱슬머리의 트럼프를 생각했는데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영감을 따르는 쪽이지 계획적인 유형은 아니다.”
-332쪽
“(...)이것은 평생 생각 없이 행동만 일삼아 온 대가라고 여겼다.”
-393쪽

  여튼 트럼프를 떼놓고 헨더슨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나이는 60이 좀 안됐고(아마?), 성격은 굉장히 즉흥적이다. 말했듯이 돈이 매우 많은데, 그러면서도 (아니면 그래서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는 내면의 목소리에 시달리는데,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반복되는 목소리는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3. 아프리카는 왜?

“아,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건 비참한 일이오. 아주 괴상한 병에 걸린다니까. 원인은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뿐이야.” -120쪽

  하고 싶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헨더슨을 괴롭혔고, 그는 그래서 별별 짓을 다 한다. 돼지 농장을 운영해보고, 바이올린을 배워보고, 아프리카도 가보고... 개인적으로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 또는 의미를 찾지 못해서 불안에 빠졌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듯하다. 사실 이런 생각이 사람의 종착지 같기도 하다. 목적의 달성 이후엔 뭐가 남는건지... 나도 궁금한데.

4. 왜 아프리카인가?

  구체적인 부족(아르느위, 와리리)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떤 지리적, 민족적 특성보다는 배경이 ‘태초’의 이미지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헨더슨이 바랐던 건 세상에 물들지 않은 자연상태의 어떤 것이었다. 태초에 대한 갈망은 그것을 시작점으로 보고 그곳에 속함으로써 자신 역시 최초의 자연상태로 돌아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아프리카에서 그가 바랐던 것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5. 정말?

  여기서 관점이 나뉠 수 있는데, 그가 바라던 것을 정말로 찾았냐, 그가 정말로 다시 태어났냐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이전처럼 이상한 짓들을 한다. 그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면 흥미롭고 인상적이고 심지어는 감동적이기까지 한데, 그 표면만 보면 개그 프로가 따로 없다.
- 원주민을 도우려다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
- 전통 행사에 끼어들어서 온 주민들의 환호를 받는 것
- 그 결과로 비의 왕이 된 것
- 퀴퀴한 지하 우리에서 사자를 따라 울부짖는 것

  요약해보니 맛이 덜한데 소설에서 접하면 정말 이게 뭐하는 거지 싶다. 소설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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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을 이글거리시오. 으르렁대면서. 크르릉, 크르릉. 헨더슨. 겁먹지 말고. 자신을 놓는 거요. 어마어마한 소리로. 사자를 느끼면서. 앞발 위로 몸을 낮추고.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 인간성은 나중에 회복하면 되고 지금은 완전히 사자가 되시오.”
“그렇게 해서 나는 야수가 되었다.”
-364쪽

  헨더슨이 좋아하고 따르는 와리리의 왕이라는 친구도 웃기는 놈인데,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난 개똥철학을 줄줄 외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아포리즘의 남발이라 지루하게도 느껴졌는데, 그걸 다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보면 또 재미가 없진 않다.

6. 그래서 헨더슨은 어떻게 됐는가?

  어찌저찌 아프리카 여행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긴 한다. 사실 그 아프리카 여행을 정리하는 부분이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니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7. 요약

  코미디 소설치고는 분량이 좀 길고 메시지를 전하기엔 근거가 없다. 다만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한 사람의 방황은 잘 그려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