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읽고 나서 치누아 아체베가 그를 비판했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그 에세이를 읽어 봤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에서 영국인이 아프리카로 오는 것을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서술하는데, 이는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콘래드의 책에서는 영국인 말로가 콩고로 가서 목격한 참상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체베는 아프리카의 이미지: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에 나타난 인종주의라는 에세이에서 아프리카를 '유럽을 돋보이게 하는 곳, 유럽의 정신적 우아함이 분명해지는 것과 대비되는 부정의 장소이자 동시에 멀고 막연하게 친숙한 장소'로 설정하려는 서양인의 심리를 비판한다. 이러한 심리가 나타나는 책은 물론 매우 많지만, 콘래드 시절에 쓰여진 그러한 책들의 대부분은 매우 명백하고 엉성해서 오늘날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마 키플링이 그럴 것이다. 반면 아체베가 ‘bloody racist’로 비판하는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은 오늘날에 20세기 영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계속 읽고 가르치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

 

어둠의 심연에서 아프리카는 선사 시대의 땅으로, ‘다른 세상으로, 즉 유럽과 문명의 반대로 등장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혼혈이자 온 유럽이 기른 커츠의 지성은 이 땅에서 무용해지고 야만성에 패배하게 되는 땅이다. 원주민들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이해할 수 없는 신음을 내뱉거나 항상 광분이 빠져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항상 야만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그들이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다. “우리를 전율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도-지네들과 똑같은-인간이라는 생각, 즉 이 야성적이고도 격렬한 소란이 우리와 아무 관련 없진 않다는 생각이었네. 흉측하지.”

 

말로는 우리에게 진실의 목격자로서 다가오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품위 있는 영국인들이 레오폴드 치하의 콩고의 참상에 충격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영국 자유주의 전통에 어울리는 진보적이고 인도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가온다여기에서 말로/콘래드가 옹호하는 자유주의는 그 시절 영국과 유럽, 미국의 지성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형태를 취하기는 했지만, 거의 항상 백인과 흑인의 평등이라는 궁극적인 질문은 비껴갔다.’

 

알아볼 만한 인간성이 결여된 형이상학적 전장으로서의 아프리카, 방황하는 유럽인이 치명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서게 되는 지역으로서의 아프리카. 물론 한 보잘것없는 유럽인의 정신적인 와해를 위한 소도구로 아프리카를 전락시키는 데에는 허무맹랑하고 그릇된 교만함이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요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된 이 태도가 세상 사람들에게 조장해 왔고 또 조장하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을 비인간화시키는 문제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처럼 인류의 한 부분을 비인격화시키는 비인간화를 찬양하는 소설을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부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나는 예를 들자면 유창한 선동문을 지어 다른 이들에게 달려들어 파괴하도록 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묘사가 얼마나 매혹적이고 운율이 얼마나 아름답든, 그는 미사를 거꾸로 올리는 사제와 환자를 독살하는 의사보다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콘래드는 우리가 그의 책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서양의 상상 속에서의 아프리카의 지배적인 이미지였으며 콘래드는 단지 그것과 관련된 그의 마음 속 독특한 선물들을 가지고 왔을 뿐이다유럽이 문명으로 나아가면서 원시적인 야만 속에 갇힌 아프리카를 주기적으로 뒤돌아볼 수 있다면 믿음과 연민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이 없었다면 나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은 도리안 그레이와 그림의 관계와 같다. 주인이 신체적이고 도덕적인 기형을 내려놓고 꼿꼿이 서서 흠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상자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는 그림이 도리안의 위태로운 완벽함을 보호하기 위해서 숨겨져야 하는 것과 같이 피해야 할 대상이다. 아프리카를 멀리해라, 그렇지 않으면!’


아체베의 관점을 대략 옮겨 봤는데, 그렇다고 그가 이 책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읽어봐라고 말할 뿐.